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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희곡 ‘산불’ 노래-춤 갈아입고 다시 타오르리라

입력 | 2006-07-04 03:12:00

3일 처음 모습을 드러낸 연극 ‘산불’의 뮤지컬 버전인 ‘댄싱 섀도우’ 쇼케이스 중 한 장면. 사진 제공 신시뮤지컬컴퍼니


연극 ‘산불’이 뮤지컬로 다시 타오른다.

국내 사실주의 연극의 최고봉 ‘산불’의 뮤지컬 버전인 ‘댄싱 섀도우’(영어 제목 Dancing With Shadows)가 5년의 준비 끝에 3일 첫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주요 장면만을 모은 40분간의 ‘쇼케이스(맛보기 공연)’로 선보인 것. 이 자리에는 고(故) 차범석 선생의 대표작 ‘산불’을 각색해 뮤지컬 ‘댄싱 섀도우’로 만들어 낸 세계적인 극작가 겸 소설가 아리엘 도르프만 씨를 비롯해 차 선생의 유족과 연출가 임영웅, 윤호진 씨 등 300여 명의 공연계 인사가 참석했다.

이날 도르프만 씨는 “생전에 차 선생님이 ‘당신을 믿는다. 내 아이(작품)를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면서 “이 자리에 선생님이 계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 5년 준비 끝에 쇼케이스 공개

“또 하나 씨앗이 땅에 떨어지고/또 한번 불, 또 한번 불, 또 한 번 불….”

이날 ‘댄싱 섀도우’의 오프닝 곡 ‘산불(Forest Fire)’을 비롯해 6개 주요 장면이 노래와 함께 선보였다. 세계적인 프로그레시브 록그룹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의 리더인 에릭 울프슨이 맡은 음악은 짙은 동양적 서정성이 돋보였다. 이 뮤지컬은 탱고부터 포크까지 다양한 음악으로 구성될 예정.

리허설 때부터 배우들을 지켜본 도르프만 씨는 “한국어로 듣는 노래가 무척이나 감미롭고 부드럽다”며 “판타스틱”을 연발했다.

‘댄싱 섀도우’는 원작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왔으나 원작이 표현한 이데올로기 갈등보다는 인간 내면을 다룬 한 편의 우화로 성격이 바뀌었다. 시공간적 배경도 ‘6·25전쟁 당시 소백산맥 줄기의 어느 마을’에서 불분명한 시대, 가상의 마을 ‘콘스탄차’로 바뀌었다.

작품의 하이라이트인 결말도 원작과 달리 희망적으로 마무리된다. 원작에서는 빨치산 규복의 아이를 임신한 사월이 자살하지만 뮤지컬에서는 이 역할에 해당하는 신다가 희망의 상징인 아이를 낳기로 결심하고, 마을 아낙들이 희망의 노래를 함께 부르는 것으로 피날레를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