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대문구장에선 최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한창이다. 지역 예선을 통과한 27개 학교가 뜻 깊은 60번째 황금사자기를 안기 위해 경합 중이다.
일본에서는 올해로 88회를 맞는 고시엔 대회 본선을 위한 지역 예선이 열리고 있다. 일본의 고교 야구팀은 4000여 팀. 이 중 49개 팀만이 8월에 고시엔구장의 검은 흙을 밟을 수 있다.
선수 층의 두께에서 한국은 일본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올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상식을 뒤엎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이 일본을 연파한 것이다. 비록 준결승에서 지긴 했지만 한국은 아시아 예선과 미국 본선에서 두 번이나 일본을 이겼다.
당시 한국대표팀의 선수 구성을 보면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최종 엔트리 30명 가운데 서재응(탬파베이), 김병현(콜로라도), 최희섭(보스턴), 이종범 김종국(이상 KIA), 정성훈(현대) 등 무려 6명이 광주일고 출신이었다는 것이다.
한국 야구와 광주 사이엔 뭔가 특별 한게 있는 것만 같다.
최근의 고교야구에서도 그렇다. 신인 계약금 10억 원 시대를 열어젖힌 한기주(KIA)는 광주 동성고 출신이다. 올해 고졸 최대어로 손꼽히는 정영일도 광주 진흥고다. 황금사자기 대회에서도 양현종(동성고), 정찬헌(광주일고) 등 수준급 투수가 줄줄이 나오고 있다. 광주는 마치 한국 야구 스타의 ‘화수분’인 것만 같다.
이유가 무엇일까. 김경훈 KIA 스카우트 부장은 “광주 아이들에게 야구 스타는 잡지 못할 꿈이 아니라 이룰 수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광주 지역의 어린이들은 앞서 얘기한 스타 선수들의 활약을 보고 자랐다. 자기도 열심히 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근성과 노력에서 타 지역과는 확실히 차이가 난다.
해마다 야구를 하려는 어린이들이 줄어들고 있지만 광주는 예외다. 초등학교 7개교에서 뛰어난 선수들이 4개 중학교로 진학하고, 그중 잘하는 선수만이 3개 고등학교(광주일고, 동성고, 진흥고)로 흡수된다. 세 고교가 벌이는 선의의 경쟁 속에서 우수 선수는 계속 배출된다.
이번 WBC를 계기로 광주에선 야구를 하려는 어린이가 더욱 늘었다고 한다. 타 지역 야구인들이 보기엔 부러울 뿐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