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왕세자 부부가 살고 있는 곳에 개그맨이 낙하산으로 불시착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2일 낮 12시 45분경 도쿄(東京) 미나토(港) 구 아카사카(赤坂)의 나루히토(德仁) 왕세자 주거지에 개그맨과 전문가가 2인 1조를 이룬 낙하산이 비상 착륙했다. TV의 고교생 퀴즈 프로그램을 녹화하던 이들은 당초 이곳에서 1km가량 떨어진 진구(神宮) 야구장에 내릴 예정이었지만 강풍에 휘말려 불시착하게 됐다.
문제는 이들의 불시착 장소가 왕세자 거처인 도구고쇼(東宮御所)에서 불과 200m 떨어진 지점이었다는 점. 테러 방지를 위해 삼엄한 경비를 펼치던 왕궁 경찰은 하늘에서 정체불명의 비행체를 발견하자 비상 출동하는 소동을 벌였다.
아카사카의 왕실 주거지는 왕세자 부부 거처 외에 왕가의 관저가 모여 있어 일반인 출입이 금지돼 있다.
개그맨과 함께 낙하한 전문가는 “생각보다 바람이 강해지는 등 비상 상황이라고 판단해 공터를 찾아 내렸지만 이 곳이 왕실 주거지인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과 해당 프로그램의 PD에게 구두로 주의를 주는 선에서 소동을 마무리했으나 라이벌 방송사들은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허술한 왕실 경비를 비판했다.
이날 도쿄는 대기 상태가 불안정해 아침부터 강풍주의보가 내려져 있었다. 오후에는 도심에서 최대 순간풍속 20.5m가 관측됐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