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 팬의 시선이 도르트문트로 쏠리고 있다.
5일 오전 4시(한국 시간) 도르트문트 베스트팔렌슈타디온에서 열리는 2006 독일 월드컵 독일-이탈리아의 준결승전.
양 팀의 운명이 걸린 대결에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28)와 이탈리아 루카 토니(29)가 선봉에 나선다. 클로제는 2005∼2006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왕이며 토니는 이탈리아 세리에A 득점왕.
●클로제/월드컵 두 대회 연속 5골
폴란드 오폴레에서 태어난 클로제는 9세 때 독일로 이민 온 뒤 축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고 아마추어 리그를 전전하다 2000년에야 처음으로 프로무대에 섰다. 클로제는 2001년 국가대표로 발탁됐고 2002 한일 월드컵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해트트릭을 포함해 5골을 터뜨리며 월드 스타로 떠올랐다.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에서는 25골을 폭발시키며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예고했다.
역시 ‘명불허전(名不虛傳·명성이 널리 알려진 데는 그럴 만한 실력이나 사실이 있음을 이르는 말)’이었다. 클로제는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 8강전 5경기에 모두 선발 출장해 5골을 터뜨리며 득점 선두를 내달리고 있다. 월드컵 두 대회 연속 5골은 월드컵 사상 두 번째. 페루의 테오필로 쿠빌라스(1970, 74년 대회)가 유일했다.
●토니/지난 시즌 이탈리아 리그서 31골 터뜨려
한편 이탈리아의 ‘저격수’ 토니는 29세의 적잖은 나이지만 이번 대회가 첫 월드컵 무대다. 12년 동안 9개 구단을 전전해 온 토니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무명 선수였다.
토니는 2004년 27세에 뒤늦게 ‘아주리 군단’ 유니폼을 입었고 유럽 지역예선 8경기에서 4골을 기록하며 이탈리아의 ‘해결사’로 떠올랐다. 지난 시즌에는 피오렌티나에서 뛰며 31골을 터뜨려 47년 만에 ‘세리에A 시즌 30골 돌파’ 금자탑을 세웠다.
194cm의 큰 키에 뛰어난 볼 컨트롤과 탁월한 골 결정력까지 지닌 그는 이탈리아 축구를 ‘재미없는 축구’라는 지긋지긋한 오명에서 구해 내고 있다. 특히 그는 우크라이나와의 8강전에서는 두 골을 작렬해 절정의 폭발력을 과시했다.
그런데 독일은 역대 월드컵 본선에서 이탈리아와 네 번 대결해 2무 2패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독일이 연장 접전 끝에 이탈리아에 3-4로 졌던 1970년 멕시코 대회 준결승은 월드컵 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경기로 꼽힌다. 독일은 역대 상대 전적에서도 7승 8무 13패로 열세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홈팀 독일은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게다가 도르트문트 베스트팔렌슈타디온은 독일 대표팀엔 ‘승리의 구장’. 독일 대표팀은 도르트문트에서 14번 싸워 13승 1무의 불패 신화를 이어 오고 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