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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니 이게 뭐니?… 잉글랜드 화풀이 희생양된 호날두

입력 | 2006-07-04 03:12:00


화풀이를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 다른 대상에게 하려고 할 때 바로 그 대상을 ‘희생양(scapegoat)’이라고 부른다. 구약성서의 고대 유대인들이 많은 사람의 죄를 씌워 황야로 내쫓은 양 이야기가 원조다.

●루니 퇴장에 잉글랜드 화풀이 희생양된 호날두

2일 열린 잉글랜드-포르투갈의 2006 독일 월드컵 8강전.

웨인 루니(21·사진)가 몸싸움을 벌이던 히카르두 카르발류를 밟는 반칙을 저질렀다. 이때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루니와 함께 뛰는 동갑내기 동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40여 m를 달려와 심판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심판은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고 루니는 퇴장당했다. 잉글랜드는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결국 탈락했다.

독일 월드컵 최대 해프닝으로 꼽힐 만한 이 사건이 잉글랜드는 물론 전 세계 축구팬들의 논쟁에 불을 지폈다.

사람들은 처음에 경솔한 루니를 탓했다. 영국의 한 언론에서는 ‘잉글랜드의 탈락이 루니 때문인가’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호날두가 심판의 레드카드를 종용했고 루니가 퇴장당한 뒤 포르투갈 벤치를 향해 ‘한 건 했다는 듯’ 윙크를 날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호날두는 잉글랜드의 ‘공적(公敵)’이 돼 버렸다.

이에 대해 호날두는 “난 심판에게 단지 ‘파울’이라고 했을 뿐”이라며 “루니와 나는 여전히 친구”라고 강조했다.

●거친 루니의 입 “호날두 둘로 쪼개겠다”

하지만 루니의 화는 풀리지 않았나 보다. 잉글랜드 대중지 선은 3일 루니가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하던 중 ‘호날두를 둘로 쪼개 놓겠다’ ‘머리를 후려치겠다’ 등 극언을 퍼부으며 호날두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호날두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맨체스터를 떠나 레알 마드리드로 가겠다고 공언한 상태. 잉글랜드 팬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잉글랜드 팬들의 태도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어떤 일이든 잘못되면 사람들은 희생양을 찾곤 한다. 한국의 16강 진출 실패의 모든 책임이 마치 ‘스위스전 주심’에게 있다는 식으로 몰아붙인 일부 한국 팬도 마찬가지.

●“호날두 탓하기에 앞서 자신을 돌아보라”

타임스의 올리버 케이 기자는 “잉글랜드 팬들이 호날두를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잉글랜드가 탈락한 것은 호날두 때문도 아니고 호날두가 루니를 퇴장시키는 데 일조했기 때문도 아니다”고 말했다.

가디언도 3일 “루니는 호날두를 탓하기에 앞서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칼럼을 싣고 루니와 비이성적인 잉글랜드 팬들을 꼬집었다.

스벤 예란 에릭손 잉글랜드 감독은 “축구는 마인드(정신력) 게임이기도 하다. 온갖 상황을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하는 게 프로선수의 삶”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경험으로 삼아 루니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운다면 훌륭한 스포츠맨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니의 경고-퇴장 일지일시경기내용2002년 12월 26일에버턴-버밍엄전버밍엄 수비수 스티브 비커스를 짓밞은 뒤 퇴장2004년 11월 17일잉글랜드-스페인전스페인의 이케르 카시야스와 카를로스 마르체나에게 거친 파울을 연이어 하다 경고받고 교체됨.2004년 12월 26일맨체스터-볼턴전볼턴의 탈 벤 헤임의 얼굴을 가격.
영국축구협회로부터 3경기 출장 정지2005년 9월 7일잉글랜드-북아일랜드전북아일랜드 키스 길레스피에게 거친 태클로 경고.2005년 9월 14일챔피언스리그 맨체스터-비야레알전자신에게 경고를 준 주심에게 조롱하듯 박수를 치다 퇴장2006년 7월 2일독일 월드컵 잉글랜드-포르투갈전포르투갈 카르발류에게 반칙을 한 뒤 주심에게 항의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밀친 뒤 퇴장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