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祝! 실패… 美기업들 ‘성공의 어머니’ 대접

입력 | 2006-07-04 03:12:00


미국 유수의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은 지난해 9월 제프리 이멜트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획기적 상상’이라는 대형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 콘퍼런스는 30여 개 GE 계열사 제품 중 10여 개의 실패작을 뽑아 원인과 해결책을 토론하는 자리. 식스 시그마 운동을 통해 무결점주의를 추구했던 GE가 공개적으로 실패를 인정하고 개선책을 논의한 것은 지금도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터넷회사 인투이트는 지난해 의욕적으로 출시한 소프트웨어 제품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자 전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실패 파티’를 열었다. 실패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직원에게는 격려상까지 줬다. 이 자리에서 사이먼 쿡 회장은 “실패작을 내놓은 것이 실패가 아니라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이 진정한 실패”라고 말했다.

항공사 제트블루의 경영진은 회사 인트라넷을 통해 ‘실패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최근 기내 스낵을 바꿨다가 탑승객들에게서 거센 비난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스낵 교체 사건’을 주제로 시도 짓고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직원들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이 캠페인의 목적이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감추기에 바빴던 기업들이 변하고 있다. 2000년대 경영학계에 등장한 ‘실패학(failure study)’은 그동안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 여파로 기업들 사이에서 별다른 환영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실패를 창조적 경영활동의 일부로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고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가 최근호(10일자) 커버스토리로 분석했다.

실패학이 각광받는 것은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생산 사이클이 짧아지면서 혁신적 제품 출시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 네빌 이스델 코카콜라 회장은 올해 4월 주주총회에서 ‘뉴 코크’ ‘서지’ ‘OK소다’ 등 최근 시장에서 외면당한 자사 제품을 줄줄이 거론하며 “앞으로도 실패작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투자자들을 향해 ‘혁신적 제품을 내놓기 위해서는 실패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

물론 모든 실패가 다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이 집중 연구하고 있는 것은 ‘똑똑한 실패(smart failure)’의 사례들이다. 우선 기획 초기 단계라 아직은 투자비용이 저렴할 때 발견돼야 하며 무엇보다 시장과 소비자의 특성에 대한 통찰력을 제시할 수 있어야만 ‘똑똑한 실패’로 분류된다. 1957년 포드자동차는 최초의 스포츠카 ‘에드셀’을 내놓았으나 둔탁한 외형 때문에 철저히 외면당했다. 그러나 스포츠카 수요가 많다는 것을 확인한 포드는 7년 후 ‘머스탱’을 내놓으며 시장을 평정했다.

실패를 포용하는 기업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인재 관리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실패 프로젝트를 담당한 직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크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영국 버진그룹처럼 아예 실패 경험이 있는 인재들을 중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