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험이 없는 가다 유키코 교토세이카대 교수(가운데)가 2일 일본 시가 현 지사에 당선된 뒤 지지자들과 함께 밝게 웃고 있다.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일본에서 정치 경험이 없는 무명의 여교수가 당선 가능성이 높아 공동여당과 제1야당의 추천을 받은 재선의 현직 지사를 물리치고 시가(滋賀) 현 지사에 당선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가다 유키코(嘉田由紀子·56) 교토세이카(京都精華)대 교수.
지지 기반이 거의 없는 그가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인 비결은 ‘아깝다’라는 선거구호였다.
현의 재정난이 심각한 가운데 벌어지고 있는 대형 공공사업들이 얼마나 낭비인지를 간결하고 알기 쉽게 호소한 것.
가다 당선자는 현이 발행한 채권의 잔액이 올해 말 9000억 엔에 이를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해 심각성을 일깨웠다.
그러면서 건설비 250억 엔 대부분을 현이 부담하는 릿토(栗東) 시의 신칸센 역사 건설 등 대형 공공사업의 동결을 주장했다.
마이니치신문이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출구조사를 한 결과 지지후보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현안은 신칸센역 건설 여부로 확인됐다. 응답자의 78%가 ‘새 신칸센역은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으며, 이 가운데 60%가량이 가다 당선자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조사됐다.
가다 당선자는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금이나 재정 재건은 행정용어이지만 ‘아깝다’는 (일반인도) 쉽게 알 수 있는 말”이라며 “환경을 파괴하고 어린이들의 능력을 충분히 계발하지 않는 것도 모두 ‘아깝다’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깝다’의 목표는 아들 딸, 손자 손녀에게 청구서를 남기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사이타마(埼玉) 현 출신인 가다 당선자가 시가 현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중학교 수학여행 때. 일본 최대의 호수인 비와(琵琶) 호에 반한 그는 1979년 시가 현으로 이주해 현공무원이 됐다.
이어 1982년에는 현립 비와호연구소 연구원이 돼 호수 주변의 환경과 주민생활을 깊이 연구해 왔다. 그가 물과 시가 현을 주제로 쓴 책은 공저를 포함해 40권이 넘는다.
2000년 교토세이카대 교수가 됐으며 일본 정부의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댐에 의존하지 않는 치수(治水)’를 주장해 왔다.
일본에서 여성 광역자치단체장이 탄생한 것은 오사카(大阪) 부, 구마모토(熊本) 현, 지바(千葉) 현, 홋카이도(北海道) 등에 이어 5번째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