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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내가 승리”… 멕시코 대선 좌-우파 후보 초박빙

입력 | 2006-07-04 03:12:00


멕시코 대통령선거 투표가 2일 치러졌지만 여야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친 탓에 당선자를 가리지 못해 공식 발표가 ‘5일 이후’로 미뤄졌다.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IFE)의 루이스 우갈데 위원장은 2일 오후(현지 시간) “공식집계는 5일 시작될 것”이라며 “당선자 최종발표는 공식집계가 끝난 뒤에야 거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이날 밤 발표할 예정이던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도 ‘격차가 1%포인트보다 작으면 혼란 방지를 위해 발표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

총투표의 96%를 비공식 개표한 결과 집권 국민행동당(PAN) 펠리페 칼데론 후보가 36.4%, 좌파인 민주혁명당(PRD)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가 35.4%, 제도혁명당(PRI) 로베르토 마드라소 후보가 21.3%를 얻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선관위는 또 의회 선거의 출구조사 결과에서는 국민행동당 35%, 민주혁명당 31%, 제도혁명당 28%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 조사의 오차 범위는 ±1.5%.

▽오차 범위 내의 격전=7100만 명의 유권자 가운데 4000만 명(약 60%) 정도가 투표에 참가한 이번 대선은 멕시코 역사상 가장 치열한 선거로 꼽혔다. 선거 직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오브라도르 후보가 앞섰으나 격차가 오차 범위 내인 2%포인트에 불과해 최후 승자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선거를 ‘가난한 자들과 잘사는 자들의 투쟁’이라고 표현했다. 오브라도르 후보의 ‘표밭’은 주로 가난한 사람들인 반면 칼데론 후보는 중산층과 부유층의 지지를 받아 양측의 지지층이 계층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기 때문이다.

▽저마다 ‘승리’ 주장=1, 2위를 다퉈 온 두 후보는 투표가 끝난 뒤 각자의 선거운동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의 선거결과 발표 연기를 수용하면서도 자신이 승자임을 선언했다.

오브라도르 후보는 3일 새벽 비가 내리는 가운데 시내 중심가 소칼로 광장에 모인 수천 명의 지지자에게 “멕시코 국민이 우리가 이겼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면서 “우리는 우리의 승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체 조사 결과 50만 표 차로 앞섰다. 되돌릴 수 없는 수치다”라고 외쳤다. 소칼로 광장은 6년 전 오브라도르 후보가 멕시코시티 시장에 당선됐을 때 당선 선언을 했던 곳이다.

칼데론 후보도 “최종 선거결과 발표를 기다리겠지만 우리가 이겼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당선자 발표 후 두 후보 진영 가운데 패하는 쪽이 부정선거 시비를 제기하는 등 결과에 불복하는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선관위는 “전국 13만488개 투표소 가운데 단 8곳만 투표함 개봉을 못하고 있다”면서 “선거부정 논란으로 이어질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멕시코시티=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이호갑 기자 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