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3일 정치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총리에 부동산 정책을 주도한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을 기용하자 특유의 ‘역(逆)발상 승부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야권에선 몇몇 인사들이 요직을 돌아가며 맡는, ‘회전문 인사’가 반복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노무현식 역발상 정치?
노 대통령이 여권 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 전 실장의 교육부총리 기용을 강행한 것은 그의 스타일로 볼 때 예상됐던 일이다. 노 대통령은 정계 입문 이후 상식과 순리를 뛰어넘는 ‘역발상’의 선택을 자주했다. 2004년에는 야당의 선거법 위반 사과 요구를 거부해 탄핵을 자초했으나 결국은 야당에 역풍을 안겨줌으로써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과반 의석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후 노 대통령의 역발상은 성공보다는 실패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단적인 사례는 지난해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 노 대통령은 지난해 4·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여소야대 국면 돌파를 위해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으나 한나라당으로부터 일축당한 것은 물론 열린우리당에서도 불만을 샀다.
올 1월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기용을 둘러싸고 열린우리당 내의 반발이 거세지자 예정됐던 당과의 협의 과정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유 의원의 입각을 단행했다. 노 대통령은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라는 ‘당-청(黨-靑) 분리’ 원칙을 내걸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오만으로 비쳐 여권의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하는 한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반복되는 회전문 인사
이번 개각 발표로 경제, 교육, 과학기술 부총리 등 부총리 세 자리가 모두 대통령비서실장이나 정책실장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대통령 측근들을 이 자리 저 자리에 기용하는 ‘돌려쓰기 인사’가 되풀이됐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엔 김우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후임에 이병완 전 대통령홍보문화특보가 기용됐다. 이 실장은 현 정부 출범 초기 대통령정책수석비서관 밑의 기획조정비서관으로 시작해 정무기획비서관, 홍보수석비서관, 홍보문화특보 등을 거쳐 다섯 번째 자리로 비서실장에 기용됐다.
노 대통령의 부산출신 측근인 문재인 전 민정수석비서관과 이호철 국정상황실장, 386 참모인 윤태영 연설기획비서관, 천호선 의전비서관 등도 청와대에서 여러 자리를 거쳤다.
청와대는 회전문 인사 비판에 대해 막강한 정보와 권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는 자리는 민간기업에서도 순환보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떨떠름한 여당…반발하는 야당
열린우리당은 이날 지도부 모임인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7·3 개각에 대한 당내 반발 움직임 수습에 나섰다. 김근태 의장은 “행정부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당 지도부는 당-정-청의 원활한 협력을 위해 최선을 다해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5·31지방선거 패배 이후 어렵사리 봉합한 당-청 갈등이 다시 불거지게 할 수 없다는 데 지도부가 뜻을 모은 것이다.
이에 따라 공개적인 반발 움직임은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내 탈(脫)계파 초선 모임인 ‘처음처럼’의 한 의원은 “개각이 민심을 반영했는지 아쉬움은 있지만 지도부가 입장을 정리했으니 신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반발의 불씨가 새 장관내정자 등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날 열린우리당 비대위 회의에서도 일부 비대위원이 김병준 전 실장의 교육부총리 기용에 부정적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인사청문회 때 보자”고 별렀다. 한나라당 안경률 원내대표 대행은 “5·31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외면한 코드인사”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계속돼온 코드인사, 돌려막기 식 인사로 국민들은 불안하다”고 비판했고,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패자부활용 개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