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년간 1140억 원을 투자해 북한의 주항(主港)인 남포항의 현대화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일 본보가 단독 입수한 ‘남포항 현대화사업 추진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1단계로 대형 컨테이너를 들고 내릴 수 있는 ‘갠트리크레인’ 1기 설치, 2단계로 부두 컨테이너 야적장 개축, 3단계로 부두 1선석(船席) 건설 및 항만 진입도로 확장 등 단계별로 현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
‘대외주의’로 분류된 이 문건에서는 남포항 현대화 추진에 1단계 사업비 40억 원(1년), 2단계 220억 원(2년), 3단계 880억 원(2년) 등 총 5년에 걸쳐 114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 당국자는 “사전 실태조사를 거쳐 추진할 것이며 남북 교역량의 증대 추이 및 항만 실정을 감안하여 단계별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통일부는 해양수산부 및 컨테이너부두공단, 민간 해운회사 등과 협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은 ‘비공식적으로 북측 당국의 의사를 타진한 결과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밝혀 남포항 현대화사업의 성사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또 1단계 공사를 위한 사업비 40억 원이 남북협력기금으로 확보돼 있어 남북 합의가 이뤄질 경우 즉시 추진이 가능하다는 점도 사업 성사가 용이한 이유로 꼽았다.
정부는 이 문건에서 남북장관급 회담과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등 당국간 협의 채널을 통해 ‘사업추진 및 추진을 위한 이행기구(가칭 북한항만개발 사업협회)’ 설치에 대한 합의를 도출한 뒤 실질적인 사업 추진은 사단법인을 통해 진행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하지만 이 문건은 ‘북측이 고가의 하역장비 지원만을 원하고 현지조사 등 본격적인 개발은 안보상의 이유로 소극적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적시했다.
또한 현재 인천∼남포항을 오가는 D해운과 K해운 등 민간기업들로부터 ‘정부가 기득권을 침해하려 한다는 오해를 살 가능성이 있다’는 유의사항도 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먼저 남포항 현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구체적인 제안을 해 올 경우 전향적으로 검토해 본다는 차원의 구상이지 아직 구체적으로 북측에 제안을 하거나 사업을 시작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