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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理知논술/고교 통합교과 논술]논술의 원리 ‘밝히기 실전’

입력 | 2006-07-04 03:18:00

오른쪽이 일장기를 지운 당시의 보도 사진.


■해설

밝히기는 어떤 일이 일어난 이유나 원인, 그리고 어떤 일로 인해서 벌어질 결과를 분명히 하는 것을 가리킨다. 대체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것이 손쉽고 적절한 방법이다. 또한 어떤 대책을 마련할 때는 그것으로 인해 벌어질 결과가 어떠할지에 대해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밝히기는 네 가지의 원리로 이루어진다.

첫째는 ‘구조적’ 원인의 밝히기이다. 이것은 특정한 현상을 발생시킨 원인이 일시적이거나 잠재적인 것이 아니라 본질적이며 구조적인 것을 밝혀 내는 활동이다.

둘째는 ‘환경적’ 원인의 밝히기이다. 특정한 현상을 발생시킨 원인이 외부적(환경적)인 것인지 아니면 내부적(선천적)인 것인지를 밝혀 내는 활동이다. 또한 특정한 현상에 의한 결과가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서 나타나는 것인지 내부적인 요인에 의해 나타나는 것인지를 밝혀 내는 활동이다.

셋째는 ‘순환적’ 원인의 밝히기이다. 어떤 현상을 발생시킨 원인이 지금 일어난 현상의 원인이 되는 관계를 밝혀낸다. 이 과정에서 긍정적 순환(선순환)인지 부정적 순환(악순환)인지를 밝혀 내는 활동이 주요한 학습 대상이 된다.

넷째는 ‘복합적’ 원인의 밝히기이다. 하나의 현상을 일으킨 원인이 중심 원인과 부수 원인, 그리고 직접 원인과 간접 원인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관계를 공부한다.

■응용

청소년 범죄율이 증가하는 원인을 분석해 본 결과, ‘나약한 정신력’, ‘자기중심적 사고 팽배’, ‘인내심 부족’ 등과 같은 원인과 ‘과도한 학업 부담’, ‘황금만능주의 사고 만연’, ‘이혼율 증가로 인한 가족 붕괴’ 등과 같은 원인이 지적됐다. 앞의 세 요인은 청소년 자체에서 비롯된 구조적 원인이고, 뒤의 세 요인은 청소년을 둘러싸고 있는 외적 환경에서 비롯된 환경적 원인이다. 따라서 청소년 범죄율의 증가는 하나의 원인으로만 된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복합적 원인 때문임을 알 수 있다.

반주원 파사쥬 논술 대표강사

▼다음논제 써서 보내요▼

논제 1. 제시문 (가)를 읽고 현대 사회에서 영상 이미지가 갖는 중요성에 대해 논하시오.(500자 내외)

논제 2. 제시문 (나)의 필자가 오늘날 영상 계몽이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한 이유에 대해 밝히시오.(500자 내외)

논제 3. 제시문을 바탕으로 할 때 (다)의 보도 사진은 진실을 담고 있는지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시오. (단, ‘영상 문맹, 영상 계몽’이라는 단어를 반드시 사용할 것. 500자 내외) ※유의사항=논제 1, 2, 3에 대해 각각 답안을 작성할 것.

■제시문

(가)‘한 장의 사진이 100개의 기사를 대신한다’는 말이 있듯이, 매스 미디어의 정보에서 사진과 영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현대와 같이 정보 과잉의 상태에 놓여 있는 매스 미디어 수용자들에게 있어서, 사진과 영상이 가지고 있는 정보 전달력과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또한 영상세대로의 독자와 시청자의 변화는 사진과 영상으로 하여금 텍스트를 보완하고 구체화하는 고전적인 기능에서 벗어나, 기사의 핵심적인 정보를 독자적으로 전달하고, 때로는 텍스트의 해독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사진 영상 저널리즘의 변화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욱 가시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이전에 비해 사진과 영상의 변형, 조작이 더욱 빠르고 손쉽게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고, 원본의 가공을 통해 전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도 가능해졌다. 또한 기술적으로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를 창조할 수 있으며, 동시에 이를 사실적으로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장하용, 한국 포토저널리즘의 현황과 발전 방향]

(나)계몽의 핵심은 대중에게 ‘문자’를 가르치는 데에 있다. 정보와 지식의 전달이 문자로 이루어지던 시절에는 대중이 권력에서 해방되려면 문자를 알아야 했다. 하지만 오늘날 문자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고등학교 졸업자의 80%가 대학에 가는 시대에 ‘계몽’이라는 단어는 심훈이 ‘상록수’를 쓰던 시대를 연상시킬 만큼 낡은 말이 되었다.

하지만 문맹이 사라진 시대에도 여전히 새로운 유형의 문맹이 존재한다.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문자(text)에서 영상(image)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발터 벤야민은 “미래의 문맹자는 글자를 못 읽는 사람이 아니라 사진을 못 읽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지식과 정보의 전달이 영상에 의존하는 시대에는 영상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문맹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노동자가 시위를 한다고 치자. 똑같은 사건이라도 다음 날 보수신문과 진보신문에는 각기 다른 사진이 실리게 마련이다. 한쪽 지면에는 노동자가 경찰을 구타하는 장면이, 다른 한쪽 지면에는 노동자가 경찰에게 맞는 사진이 오를 것이다. 이 사진을 보고 보수신문의 독자는 노동자가 과격하다는 생각을 할 것이고, 진보신문의 독자는 경찰이 여전히 폭력적이라고 믿을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은 사진을 세계의 그림으로 착각하곤 한다. 하지만 사진은 세계의 그림이기 이전에 그것을 찍는 사람의 머릿속 그림이어서, 모든 사진의 바탕에는 찍는 이의 생각이 감춰진 텍스트의 형태로 깔려 있다. 인화지 밑에 깔려 있는 텍스트를 읽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본 영상을 실재라고 믿을 것이다. 이로써 그는 다른 사람이 만든 매트릭스 속에 들어가 그걸 현실로 알고 살아가게 된다.

똑같은 범죄 현장을 묘사한 이미지라도 사진은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지만, 그림은 대부분 증거가 되지 못한다. 왜 그럴까? 그림과 현장 사이에는 인간의 손이 끼여 있기 때문이다. 손으로 그린 그림에는 조작의 가능성이 있다. ‘manipulation(조작)’이라는 단어의 ‘mani’는 ‘손’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사진 이미지는 인간의 손이 만든 게 아니라 기계의 화학적 작용의 산물일 뿐이다. 그래서 믿을 수 있다는 것이다.

카메라의 셔터가 열렸다 닫히는 짧은 순간 인간은 완전히 무력하다. 그렇다고 사진으로 거짓말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가령 사진을 찍기 전에 세팅(연출)을 할 수도 있고, 사진을 찍은 뒤에는 변형(가공)을 할 수 있으며, 완성된 사진에 엉뚱한 표제(맥락 일탈)를 붙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림과 달리 사진은 세계를 정직하게 증언한다고 믿기에, 이런 과정을 거쳐 조작된 이미지도 세계의 참모습으로 받아들인다.

원시인들은 가상을 실재로 착각했다. 그래서 가상의 이미지를 만들어 거기에 작용을 가함으로써 현실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런 주술적 사유를 깨뜨린 것이 바로 문자 문화의 합리적 사유다. 하지만 우리는 구텐베르크의 은하, 즉 문자 문화의 끝에 서 있다. 다시 영상이 복귀하고 있다. 이 영상을 읽지 못하면 원시인들처럼 가상을 현실로 착각하는 새로운 주술에 빠져 들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왼쪽 사진 속의 인물들은 볼셰비키당의 전신인 ‘노동자 동맹’의 멤버들이다. 오른쪽 사진에서는 한 사람이 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스탈린 집권 시기에 사진에서 지워진다는 것은 곧 목숨을 다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반대로 없는 인물을 집어넣는 경우도 있다. 가령 스탈린은 요양 중인 레닌의 독사진에 자신의 모습을 집어넣음으로써 없는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오늘날 ‘문자의 계몽’은 낡은 말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몽 자체가 필요 없어진 것은 아니다. 새로운 매체는 새로운 문맹을 낳는다. 문자 문맹이 사라진 시대의 새로운 문맹은 ‘영상 문맹’이다. 그리고 이들을 위한 영상 계몽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진중권, 사진으로 거짓말하기, 주간동아 2006. 6. 20. 540호]

1936년 ‘동아일보’는 베를린올림픽대회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의 사진에서 일장기를 지움으로써 신문이 폐간되는 수난을 겪었다.

(다)1936년 ‘동아일보’는 베를린올림픽대회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의 사진에서 일장기를 지움으로써 신문이 폐간되는 수난을 겪었다.

▼이 사이트로 보내세요▼

‘다음 논제, 써서 보내요’에 대한 글을 다음 주 월요일까지 보내 주세요. 잘된 글 가운데 일부를 선정해 문화상품권을 보내드립니다. 글 보내실 곳: www.easynonsul.com → 고교논술 →논술클리닉(www.easynonsul.com/High/Clinic/)

■논제

논제 1. 제시문 (가)와 (나)를 읽고 현대 사회에서 시민운동의 역할과 의의에 대해 서술하시오.(400자 내외)

논제 2. 제시문 (다)와 (라)를 읽고 최근 시민운동의 문제점과 그것이 발생하게 된 원인에 대해 밝히시오.(400자 내외)

논제 3. 전체 제시문을 읽고 시민운동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시오.(600자 내외)

※유의사항=논제 1, 2, 3에 대해 각각 답안을 작성할 것.[제시문은 6월20일자 2면 또는 이지논술 사이트 참조]

■학생글 - 서단비·경남 거제고 3학년

시민운동은 인간의 천부적인 권리를 억압하는 봉건사회에의 저항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억압적인 사회로부터의 해방과 시민의 권리 신장을 주창하며 발전한 ① 시민운동은, 근대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과도기에 그 목적을 복지 증진으로 전환하였다. 현대의 시민운동은 경제정의의 실현과 시민의 권익 보호, 사회복지의 강화, 환경보전, 이익 집단의 견제 등으로 대표된다. 시민단체는 이러한 시민운동을 통해 ② 소극적인 정치가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시민평등에만 주목했던 과거의 시민운동과는 달리,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서 시민운동이 가지는 위치가 향상되었다는 증거이며,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가 활성화되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③【우리나라의 민주주의의 역사는 불과 60여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④ 불행히도 이 비약적인 민주주의의 발전은 성숙하지 못한 시민운동을 형성하는데 큰 몫을 하게 된다. 최근에 속속들이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 시민단체의 활동 내용 부풀리기나 소수 이익 단체의 등장 등 시민운동의 문제점의 대부분은 빠른 사회 발전으로 인해 정착되지 못한 시민의식에서 기인한다. 시민의식은 국가와 사회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한다. 그러나 현대 시민의 사회에 대한 무관심은 시민 없는 시민단체, 활동비를 타내기 위한 ‘보여주기’식 시위를 하는 시민단체를 생산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문제들은 시민단체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감을 증가시켜, 진실한 시민단체들의 활동마저도 저해시키는 악순환을 되풀이하며 시민운동 발전의 장해물이 되고 있다.】

우리는 리더십을 ‘무리를 잘 이끄는 힘’이라며 현대인이 갖추어야 할 21세기형 재산이라고 말한다. 시민운동 또한 이 21세기형 재산에 기초할 필요가 있다. 올바른 리더십을 갖춘 시민단체의 활동은 긍정적인 시민여론을 형성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시민단체는 보여주기 식의 활동이 아닌 진정한 공익을 위한 시민운동을 지휘하고 이끌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근대의 주먹구구식의 시민운동에 비해 최근의 시민운동은 위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폭력적이지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촛불집회나 침묵시위 등을 통한 선진화된 의사 전달이 그 예이다. 또한 중산층으로 시민운동 참여 계층을 확대하고 환경운동, 여성운동, 소비자 주권 운동 등 시민운동 목적의 다양화를 꾀하는 등 사회전반의 시민운동에 대한 의식변화를 위한 노력도 보이고 있다.

물론, 시민단체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민들의 사회에 대한 관심 또한 절실히 필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우리의 시민운동은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다. 좀더 나은 시민운동 문화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시민과 시민단체의 협력이 ⑤요구되며, 더 나아가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과 타협을 지향점으로 시민운동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첨삭지도 - 시민운동 의의 서술 돋보여… 짧은 호흡으로 문장 전개 바람직

대부분의 학생은 이번 논제와 같이 400∼600자 내외의 비교적 짧은 논술문을 쓰는 데에는 별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 경향이 있다. 요구하는 분량부터 다소 만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술문을 평가하는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이런 짧은 논술문에서 학생들의 실력차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서단비 학생은 명료한 논지 전개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가령 ‘논제 1’에서 많은 학생들이 ‘현대 사회에서의 시민운동의 역할’만 쓰고, ‘시민운동의 의의’는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서단비 학생은 논제를 100% 이해하고 글을 썼다. 그러나 제시문의 독해는 꼼꼼하지 못했다. 또한, 전체적으로 긴 문장이 많은데 조금 호흡을 짧게 하는 것이 좋다.

① 우선, 시민운동의 성격이 변한 시점을 잡는 데 있어서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게다가 시민운동의 다양한 역할을 ‘복지 증진’으로 통합하는 것도 다소 무리가 있다. 따라서 ‘근대의 시민운동은 현대에 이르러 다수 시민의 이익을 보호하는 쪽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했다.’ 정도로 바꾸는 것이 적절하다.

② 제시문 (가)와 (나)를 보면 시민단체가 직접 정부가 하지 못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한다기보다는 감시, 비판, 견제, 요구 등의 간접적 활동을 주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정부나 특정 이익집단을 감시·비판하면서 적극적으로 사회적 쟁점의 해결 과정에 참여한다.’ 정도로 바꾸는 것이 적절하다.

③ 논제 2는 제시문 (다)와 (가)를 읽고 최근 시민운동의 문제점과 그것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밝히라는 것이다. 서단비 학생은 논리적으로 시민운동의 문제점을 밝히고 발생 원인을 제시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제시문에서 꼭 찾아야 하는 문제점을 도출해내지는 못했다. 제시문 (다)는 시민단체의 기능을 권력으로 생각하여 악용한 한 시민단체 간부의 이야기이고, (라)는 시민단체를 구성하는 인적 기반이 미약하고 재정자립도가 취약하다는 내용이다. 논술의 독창성도 늘 정석적인 제시문 분석이 이루어진 후에야 빛을 발할 수 있다.

④ 논술에서는 자신의 견해를 반어적(反語的)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이 비약적인 민주주의의 발전은 불행히도 성숙하지 못한 시민운동을 형성했다.’로 바꾸는 것이 좋다.

⑤ 문장이 어색하다. ‘요구된다. 시민운동의 지향점은 사회 전 구성원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타협에 있기 때문이다.’ 정도로 바꾸는 것이 적절하다.

결국 이번 논술은 논제 1, 2를 각각 서술하고, 논제 3에서 이를 종합해 시민운동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견해를 쓰는 것이었다. 이러한 복수 제시형 논술은 글을 쓰기 전에 논리 전개의 맥락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논제 1, 2의 내용이 논제 3에서 종합되지 않는다면 부분적인 감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 전체의 통일성을 따지는 점수에 치명일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유웨이에듀 논술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