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도쿄 지요타(千代田) 구의 국립 일반전몰자묘역인 ‘지도리가후치(千鳥ケ淵) 전몰자 묘원’을 야스쿠니(靖國)신사를 대체할 새 추도시설로 만들자는 안이 공론화되고 있다.
일본 정계 실력자인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자민당 전 부총재는 2일 TV 아사히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민당 내에서 검토되고 있는 지도리가후치 전몰자 묘원의 확충 방안에 대해 언급하며 “국립추도시설을 만들 장소로 가장 유력한 안이라고 해도 좋다”고 말했다.
야마사키 전 부총재는 여야 국회의원들이 참여하는 ‘국립추도시설을 생각하는 모임’ 회장을 맡고 있으며 6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반대하며 국립추도시설 건설을 요구하는 중간 보고서를 낸 바 있다.
그는 또 “묘원을 확대해 국립추도시설로 발전시키면 어떻겠느냐는 와타나베 쓰네오(渡邊恒雄) 요미우리신문 회장의 제안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국립추도시설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차기 정권에 달렸다”며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이 (총리가) 되면 곧 되겠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이 되면 안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는 그간 자민당 내 야스쿠니신사 참배 지지파 사이에 일던 “묘원 확충계획이 전몰자 위령의 중심을 야스쿠니신사에서 묘원으로 옮기려는 의도”라는 우려를 확인해 준 것이어서 앞으로 논쟁이 거세질 전망이다.
지도리가후치 묘원 확충계획은 자민당의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정조회장이 고이즈미 총리에게 주변의 시설을 해체해 공원화하고 해외 요인들도 참배가 가능하도록 할 것을 제안해 자민당 내에서 검토하고 있는 사안. 나카가와 정조회장은 “이것이 야스쿠니신사를 대신하는 국립추도시설은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묘원 확충계획에 대해서는 자민당 내 ‘반(反)고이즈미 비(非)아베’ 세력은 “야스쿠니신사를 총재 선거의 쟁점에서 비켜나게 해 이 문제로 곤경에 처할 아베 장관을 돕기 위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 바 있다.
야스쿠니신사 근처에 있는 지도리가후치 묘원은 면적 4800여 평에 제2차 세계대전 전몰자 중 인수인이 없는 군인 군속 35만 명의 유골이 안치된 ‘무명전몰자의 묘’. 고이즈미 총리는 매년 8월 15일 참배하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