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 속행공판에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는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유전자 지문 분석·면역 적합성 검사 등 검증 단계에서 조작됐으며 포괄적인 책임이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황 교수는 2004년 사이언스 논문의 토대가 된 연구팀의 줄기세포 NT-1이 처녀생식에 의한 것이라는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반박하며 "국제적 컨소시엄을 구성해 연구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황현주 부장판사) 심리로 4일 열린 속행 공판에서 황 전 교수는 2005년 사이언스 논문 조작 사실을 항목별로 추궁하는 검찰 신문에 "구체적 지시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포괄적인 책임은 인정하겠다"고 진술했다.
그는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을 제출하기 전 체세포복제줄기세포 여부를 확인하는 면역염색 검사, 돌연변이 유무 확인을 위한 핵형 검사, 줄기세포 분화능력을 측정하는 배아체 형성 검사,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환자에게 주입했을 때 나타나는 거부반응을 측정하는 면역적합성 검사 등에서 조작을 지시했음을 시인했다.
그는 또 "인간 줄기세포의 연구 성과를 과대포장하기 위해 2005년 논문에 허위 내용을 기재하도록 지시한 것 아니냐"는 검찰 신문에는 "그건 분명히 저의 잘못이다. 인정한다"고 답변했다.
오후에도 검찰은 논문조작 지시 여부를 추궁했지만 황 전 교수는 포괄적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세부 사항까지 일일이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강성근 교수가 "황 전 교수의 위상이 절대적이라 맹목적으로 따랐다. 하늘과 같은 존재여서 지시를 어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며 논문조작 지시 여부를 추궁하자 황 전 교수는 "NT 2·3번은 분명히 확립됐다고 믿었다. 웬만한 학자라면 저와 같은 판단을 했을 것이다"고 부인했다.
그는 NT 4~7번은 세포가 몇 차례 증식(계대 배양)을 거쳐 5계대까지 증식이 진행됐고 8번·10번은 배양 과정에 있었다고 주장하며 "NT 9번·12번이 양심적으로 잘못됐다. 부풀려졌다는 것을 반성한다"며 ‘줄기세포 수립설’을 거듭 주장했다.
이에 검찰이 "그래도 NT 4~12번은 기본적인 검사를 아예 아무 것도 안 한 것이 사실이고 미래의 결과를 예측해 허위 실험 결과를 기재한 논문을 제출한 것 아니냐"고 계속 묻자 "데이터 부풀리기는 잘못된 것이고 과학계의 일반적 관행은 아니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는 결국 NT-1 외에 수립된 줄기세포는 없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지금도 어딘가에 있기를 바라고 있다. 하늘만이 알 것이다"고 답했다.
난치병 치료 가능성을 과장해 줄기세포 허브를 만든 뒤 신청자를 모집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제 의무라고 생각했다"며 추상적 발언으로 즉답을 피했다.
그는 또 기자회견에서 허위 내용을 과장해 발표한 것 아니냐는 검찰 신문에는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 내용임을 인정한다"면서도 "제대로 파트너를 만났으면 줄기세포를 만들었을 것이다. 조작 책임이 모두 제게 있는 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다음 공판은 25일 오전 10시 417호 법정에서 열린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