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공식적으로 올해 하반기(7~12월) 경제성장 속도가 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보다 수입이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산업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는 하반기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연간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4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경기, 상저하고(上低下高)→ 상고하저(上高下低)
한은은 4일 발표한 '2006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하반기 성장률을 당초 4.6%에서 4.4%로 낮춰 잡았다.
고유가와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소비와 투자회복도 더뎌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경기 회복속도가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은 전기 대비 성장률에서도 확연하다. 당초엔 하반기 성장률이 상반기보다 1.2%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전망에서는 0.9%로 수정했다. 올해 경기판단이 '상저하고'에서 '상고하저'로 바뀐 것.
수출과 함께 경제성장의 두 축(軸) 가운데 하나인 민간소비도 상반기에는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며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지만 하반기엔 4.2% 증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그러나 올 상반기(1~6월) 성장세가 예상보다 두드러져 연간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2월 전망치와 같은 5.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경상수지는 '흑자 턱걸이'
한은은 연간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4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166억 달러는 물론 당초 예상했던 160억 달러보다 훨씬 적은 것이다.
이와 관련, 산자부는 올 하반기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 늘어난 1625억 달러로 예상된다고 이날 밝혔다. 이 같은 증가율은 상반기 13.9%보다 크게 줄어든 것이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금리 인상으로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글로벌 달러화 약세 때문에 하반기 수출이 상반기보다 둔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도 올해 한국의 무역규모가 사상 처음 6000억 달러를 돌파하겠지만 하반기에는 무역수지 흑자가 지난해보다 97억 달러 줄어든 135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무협은 "미국 중국 등에 진출한 한국기업 163개사 가운데 60% 가량은 원화 가치 상승으로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경상수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해외연수 및 여행 등 서비스수지 적자는 지난해 169억 달러에서 올해는 240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물가상승 압박 심상치 않다
한은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근원 인플레이션율(소비자물가에서 변동성이 큰 석유류, 농산물 품목을 뺀 것)을 2.6%, 2.3%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전망치보다 각각 0.4%포인트 하락한 것.
그러나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물가상승 압력이 강해질 것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반기 2.4%에서 하반기 2.8%로,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상반기 1.8%에서 하반기 2.8%로 높아질 것이라는 게 한은의 예상이다.
상반기에는 환율 하락과 수입 개방 등의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물가가 안정됐지만 하반기에는 내수 관련 공산품, 서비스요금, 일부 공공요금 등의 상승 폭이 커지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경기회복세가 지속됨에 따라 하반기에는 내수 관련 공산품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고 '5·31 지방선거' 등으로 유보됐던 공공요금도 하반기에는 들먹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간 물가상승률을 0.1%포인트 정도 올리는 효과가 있는 담뱃값 인상(갑당 500원)은 올해 4분기에 이뤄질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