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월가(街)에 다녀온 한 경제단체장은 외국자본이 한국에 투자하기를 꺼리는 세 가지 요인을 전했다. 월가 투자자들이 한국경제의 앞날을 불안하게 보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첫째 이유는 한국의 산업경쟁력이 중국에 밀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중국은 임금, 땅값, 기타 생산비용이 낮은 대표적인 저(低)제조비용 국가(low-cost manufactur-ing country)로 ‘세계의 공장’이 됐다. 섬유산업과 전자조립산업은 중국으로 넘어간 지 오래됐고 한국이 간신히 기술우위를 유지하는 산업에서도 중국의 추격 속도가 만만찮다. 한국이 결국 대부분의 제조업을 인접한 중국으로 넘겨주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월가에 존재하더라는 이야기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퍼는 최근 칼럼에서 중국 시골에는 영어회화를 제대로 하는 영어교사가 없지만 상하이와 베이징 같은 대도시의 수학과 과학 교육 수준은 미국을 앞지른다고 썼다. 한국의 미래세대가 중국에 대한 기술우위를 끌고 갈지는 교육에 달려 있다. 미국이 중국교육에서 배우자고 나오는 판인데 한국에서는 평둔화(平鈍化) 코드가 교육의 정책과 현장을 휩쓸고 있다.
경기 고양시는 미국 뉴스위크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고속(高速)성장 도시에 포함됐다. 북한을 코앞에 둔 도시가 가장 활력 있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북쪽의 위협에 둔감해졌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그러나 외국 투자자들은 북의 핵 위협과 장거리미사일 시험 발사 움직임을 컨트리 리스크(country risk)로 분류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일본 투자자들은 한국 투자를 꺼리는 첫째 이유로 북한의 위협을 꼽았다고 한다.
김정일 정권은 철마다 식량, 비료, 돈을 뜯어가면서도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키우고 있다. 위협 공갈과 뜯어먹기에 이골이 난 북한을 다루는 태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말할 때 강성 노동운동은 단골 메뉴다. 한 경제인은 “한국노총과는 그래도 말이 통한다. 민주노총 사람들은 경제단체와 한자리에 앉아 대화하는 것조차 불편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뉴욕 월가에서 열린 투자환경설명회(IR)에서 활동한 것은 높은 평가를 받을 일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이 위원장의 일자리 창출 노력을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대변하는 활동’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마당에 월가의 투자자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에서 노사관계를 빼줄지 의문이다.
론 게틀핑거 전미(全美)자동차노조(UAW) 위원장은 지난달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대의원 총회에서 외국기업에 미국 자동차산업이 협공(挾攻)당하는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4개 공장을 폐쇄하고 6만 명 감원 계획을 추진하는 GM과 포드자동차를 비난하지도 않았다. UAW가 파업투쟁을 접고 실용노선을 추구하는 것은 미국 자동차산업이 살아나지 않으면 일본 도요타와 한국 현다이(현대)에 일자리를 다 뺏길 것이라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정부 정책과 국회 입법에 대응해 협상력을 키우기 위한 전략으로 모든 산업에 산별(産別)노조를 확산시킬 태세다. 정부의 산업정책이 사사건건 민주노총과 산별노조의 승인을 받아야 할 판이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노사가 아일랜드와 네덜란드처럼 대타협을 이뤄야 한국 기업이 회생(回生)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기업활동을 도와주고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이 정부 사람들은 입만 열면 기득권 세력을 개혁하겠다고 하는데, 일자리가 다 중국으로 넘어간 뒤에는 어떤 세력을 개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부의 무능과 설익은 이념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하나 더 보태고 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언사일까.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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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 2006년 01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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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신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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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8970904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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