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스크린 쿼터 지키기’ 릴레이에 1인 시위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임권택 감독. “스크린 쿼터 덕분에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한 뒤 굳게 입을 다물었다. 김윤종 기자
한국 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이 ‘스크린쿼터 지키기’ 1인 시위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3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앞. 2월 4일 배우 안성기로부터 시작됐던 146일간의 릴레이 1인 시위가 마무리되는 자리였다. 현장에는 거장 감독의 시위를 취재하기 위해 100여 명의 기자가 몰렸다.
이에 앞서 스크린쿼터사수 영화인대책위원회는 임 감독 1인 시위에 지금까지 1인 시위에 참여한 영화인이 모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밀려들 인파를 대비해 교보빌딩 측은 빌딩 앞에 테이프로 바리케이드까지 쳐 놓았다. 그동안 안성기 장동건 최민식 이준기 유지태 박찬욱 등 유명 배우와 감독들이 1인 시위를 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홀로 시위하는 노(老)감독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쟁쟁한 배우들이 총출동할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지금까지 1인 시위에 참여한 172명 중 40여 명만이 이날 참석했고, 영화배우로는 안성기 김부선이 눈에 띄었을 뿐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배우들에게 참가를 요청했지만 결정은 자율에 맡겼다”며 “(배우들이) 이미 1일 대학로 행사에 대거 참여했고 촬영 등 바쁜 스케줄 때문에 참여율이 낮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로 시위에서는 3일까지 영화 제작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한국 영화인 1차 지침’을 발표했다.
배우들의 불참에서 ‘스크린쿼터 사수’에 대한 영화계 내부의 체감온도가 서로 다르지 않느냐는 분위기도 읽을 수 있었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이미 시행된 제도(1일 시행)를 가지고 무조건 시위를 하는 것보다 한국영화의 자생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등 다양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임 감독은 현장에서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 한국 영화 사정이 서서히 나빠질 것 같지만 순식간에 열악한 조건으로 바뀔 것이며 그때 한국 영화가 다시 일어설 아무런 보호 장치가 없다”고 호소했다.
의지에 찬 어조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의 성공으로 가장 큰 이익을 얻은 스타 배우들이 참가하지 않은 현장에서 묵묵히 입을 다물고 마지막 1인 시위를 펼치는 노 감독의 뒷모습은 왠지 쓸쓸해 보였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