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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김주성의 ‘바스켓 드림’

입력 | 2006-07-05 03:03:00


오른쪽 다리를 저는 아버지는 어두침침한 가내 신발공장에서 하루 종일 운동화 깔창을 만들었다. 척추 장애를 앓고 있는 어머니는 목욕탕에서 청소나 빨래 같은 허드렛일을 하고 단칸방으로 돌아와서는 나무젓가락 포장을 했다.

고단한 삶이었지만 그들에게 장남은 유일한 희망이었다. 자신들의 몸은 불편해도 쑥쑥 자라나는 아들을 보는 마음은 가볍기만 했다.

동부 김주성(27) 얘기다.

그는 프로농구 역대 최고인 4억7000만 원에 다음 시즌 연봉 계약을 했다. 프로 입단 후 5시즌 만에 최고 스타로 인정받은 셈이다.

이번 계약을 앞두고 김주성은 사실상 구단 측에 백지 위임을 했다. 자신이 한국농구연맹의 공헌도 평가에서 전체 1위를 했어도 팀이 6강에서 탈락했기에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앞서 3시즌 연속 팀을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어 두 차례 우승한 것과 비교하면 협상 테이블에서 뭔가 요구할 입장이 아니었다는 게 그의 얘기. 그 대신 연봉에 신경 쓰기보다는 대표팀에서 재활에 매달렸다.

이런 그에게 구단은 파격적인 대우로 김주성의 자존심을 지켜줬다.

김주성은 “생각도 못한 액수여서 어안이 벙벙했다. 다시 한번 우승하고 난 뒤 떳떳하게 말하고 싶었다. 책임감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뻐하실 부모님을 떠올렸다.

두 분 다 장애를 안고 있으면서도 아낌없이 뒷바라지해 준 데 대해 고마움을 표시한 것. 이젠 떠올리기도 싫을 것 같은 힘겨웠던 과거 얘기도 그에겐 오히려 자랑거리다. “솔직히 잘 못 먹고 다녔거든요. 고등학교 때 처음 뷔페에 갔다가 심하게 체해 고생했죠. 흐흐∼.” 고교 1년 때 키 183cm이던 그의 몸무게는 불과 60kg이었다.

‘바스켓 드림’을 이룬 김주성은 2년 전에는 처음으로 부모님에게 내 집도 마련해 드렸고 앞으로는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돕는 데 앞장설 생각이다. 지난해 말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파카 120개를 나눠 주기도 했다. “뭐 거창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뭐라도 하고 싶어요. 부모님의 바람이시기도 하고요.”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