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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속이 아프다”…개각비판 관련 심경 토로

입력 | 2006-07-05 03:09:00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노무현 대통령.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속이 아프다. 이 정부가 끝날 때까지 이런 유형의 속앓이는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이 4일 “속이 아프다. 이 정부가 끝날 때까지 이런 유형의 속앓이는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3개 부처 개각 발표 이후 처음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였다. 노 대통령은 이 말을 할 때 한숨을 쉬었고 표정도 어두웠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기획예산처 장관 내정자인 장병완 차관에게 “장관 대행으로 참석했느냐”고 물었다. 장 차관이 “그렇다”고 답하자 노 대통령은 주변을 죽 둘러보며 “오늘은 장관들이 다 나온 것 같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지난번 (한명숙) 국무총리가 국무회의를 주재할 때는 차관 ‘대참(대리 참석)’이 많이 나와 ‘대통령이 힘이 빠져서 차관들이 나온 것’이라고 신문들이 쓸까 걱정했다”며 “오늘은 대통령이 나오니까 장관들이 나왔군요”라고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국회 회기가 끝나서 장관들이 대부분 참석할 수 있었다는 한 총리의 설명에 노 대통령은 “그렇습니까”라고 고개를 끄덕인 뒤 “어떻든 속이 아프니까 하는 이야기”라고 되풀이했다.

노 대통령이 “그래도 좋은 일이 많이 있을 테니까요. 자, 27회 국무회의 다시 희망을 갖고 해봅시다”라고 했지만 분위기는 나아지지 않았다고 한다.

노 대통령이 공개된 국무회의 자리에서 ‘속앓이’ 얘기를 한 것은 장관들의 국무회의 불참을 ‘힘 빠지는’ 임기 후반 상황과 연결 짓고, ‘7·3개각’을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 막기 개각’이라고 비판한 언론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해석된다.

언론의 비판에 개의치 않고 주요 정책 과제를 흔들림 없이 수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읽힌다.

뒤집어보면 노 대통령이 레임덕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는 시각도 있다. 레임덕으로 비칠 만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국무위원들에 대한 당부의 성격도 있어 보인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지난번 한 총리 주재 회의에서 장관들이 몇 분 안 온 적 있는데 그걸 가지고 ‘힘이 빠졌다’는 등 근거 없는 기사가 나왔다. (대통령으로서는) 별로 기분 좋을 일은 아니지 않느냐”며 “그렇다고 대통령이 장관을 질책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