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 A사는 관할 시청에서 공동주택 신축공사 허가를 받으면서 신축 주택 오수(汚水) 외에 인근 마을의 오수까지 함께 처리할 수 있는 하수관로 용량 확장비용을 부담해야만 했다. 시청에서 공사 허가를 내주면서 인근지역 하수도시설 설치비용을 떠넘겼기 때문이다. 주택법상 이 비용은 지자체가 대야 한다.
아스콘업체 B사는 2002년 말부터 건설자재인 폐 아스콘을 재생 아스콘으로 활용하기 위한 설비투자를 하려고 했지만 지자체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아 지금까지 사업추진을 못하고 있다. 해당 지자체에서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조례로 금지시켜놨기 때문이다. 다른 지자체에선 허용하고 있지만 이 곳에서만 조례를 통해 못하도록 못 박아놓은 것.
2001년 말 도입된 전자입찰제로 입찰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는데도 250개 지자체 중 46개는 건당 5000원~1만원의 입찰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하루에 수십 건 씩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 회사들은 이 비용이 부담돼 하소연하는 소리가 많다.
기업들이 피부로 느끼는 지자체의 규제개혁 성과가 아주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회사 320개사를 대상으로 '지자체 규제개혁에 대한 기업의 인식조사'를 한 결과 73.2%가 규제개혁 성과가 '거의 없다'고 답했다.
또 4년 전보다 기업하기가 '이전에 비해 차이가 없다'고 답한 비율이 83.1%에 달했고 '불편해졌다'도 7.5%나 됐다.
기업 활동에 영향을 주는 행정기관으로 지자체로 꼽은 기업이 75%, 중앙정부는 25%로 지자체의 규제가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동언 대한상의 기업애로종합지원센터 팀장은 "불명확한 지자체의 법 조항을 정비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일선 공무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