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무고한 시민을 연쇄 성폭행범으로 오인해 강제 연행 조사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최근 대전지역에서 잇따라 발생한 '군복착용 연쇄 성폭행범 사건'을 수사 중이던 대전 동부경찰서는 지난달 29일 오전 5시 반 경 대전 대덕구 비래동 한 인력사무소 인근에서 일용인부 A(32) 씨를 연쇄 성폭행 용의자(강도강간)로 체포했다.
경찰은 결백을 주장하는 A 씨에게 수갑을 채운 뒤 지구대로 연행해 2시간 동안 조사를 벌이면서 정액이 묻어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바지를 내리게 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7시 반 경 또 다른 성폭행 용의자 임모(33) 씨가 검문 도중 달아났다는 보고를 받고 A 씨를 풀어줬다. 임 씨는 곧바로 붙잡혀 진범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검거 당시 범인의 인상착의대로 군복바지와 회색셔츠를 입은 데다 가방에 마스크 모자 옷 등을 갖고 있었으며 연령대도 비슷해 체포가 불가피했다"며 "피해자들의 진술은 엇갈렸지만 처음에는 '비슷하다'는 진술이 많았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진범 임 씨를 검거한 뒤 사과했지만 A 씨는 응분의 조치를 요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A 씨는 "목격자가 '범인이 아니다'라고 하는데도 경찰이 나를 풀어주지 않았고 가족에게 전화를 하게 해달라는 요구도 들어주지 않았다"며 "수갑 때문에 양 손에 상처를 입었고 정신적 충격으로 진료까지 받은 만큼 해당 경찰관 처벌과 위자료 배상을 요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