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지폐나 위조수표는 가끔 등장하지만 위조 주식은 거의 볼 수 없다.
우선 원본인 실물 주식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은 데다 위조를 하더라도 유통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주식을 위조했다고 해도 이를 백화점에서 상품권처럼 쓸 수는 없다.
그런데 ‘모처럼’ 위조 주식 사건이 생겼다. 5일 대우증권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3일 한 개인투자자가 코스닥 등록기업인 솔본(옛 새롬기술)의 위조 주식 22만 주(약 8억 원어치)를 대우증권 명동 영업점 창구에서 계좌에 입고하려다 적발됐다.
위조 주식은 육안으로는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정교했다. 그러나 영업점 창구 여직원은 무심히 주식을 입고하지 않고 절차대로 빛에 비춰 위조 여부를 확인했다.
빛에 반사돼 보여야 할 글자가 보이지 않자 여직원은 이를 수상히 여겨 주식에 대한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 결국 위조 주식으로 밝혀졌다.
요즘은 주식을 사고팔아도 실물 주식을 주고받는 일은 거의 없다.
실물 주식은 증권예탁원에 맡겨 두고 주식 소유자의 이름만 바뀌는 식으로 매매가 이뤄진다.
가끔 장외 거래 등을 통해 실물 주식을 사고파는 일도 있다. 다만 실물 주식을 손에 쥐더라도 그 자체로는 현금화가 어렵기 때문에 이를 증권사 계좌에 넣은 뒤 팔아야 돈을 손에 쥘 수 있다.
문제는 실물 주식을 들고 와 증권사에 입고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 그래서 이런 일이 생기면 창구 직원들은 꼼꼼히 주식을 살피기 마련이다. 설혹 직원의 눈을 속이더라도 주식이 증권예탁원으로 옮겨지면 다시 한번 전문가들이 위조 여부를 검사한다.
이 개인투자자가 무엇을 위해 주식을 위조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주식을 위조해 현금으로 만드는 것은 화폐 위조나 수표 위조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