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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술잔의 美學… 글라스에 취하다

입력 | 2006-07-07 03:08:00


음식은 그릇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술도 마찬가지다. 글라스에 따라 분위기와 격이 달라진다.

글라스는 술의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르다. 와인도 레드 화이트 샴페인 등 3가지 다른 글라스를 사용한다. 식전 식후에 마시는 술을 구분하면 더 복잡해진다.

와인을 포함해 여러 가지 술에 잘 어울리는 글라스를 알아봤다. 와인글라스는 오스트리아의 리델, 나머지는 프랑스의 바카라 제품이다.

①보르도 와인글라스=보르도 와인은 탄닌 성분이 많다. 이를 공기에 노출시켜 탄닌의 텁텁함이 부드러워지도록 글라스 보디의 경사각이 작은 게 좋다. 몸체(볼)가 커야 향이 오래 지속되고 와인이 혀끝부터 안쪽으로 넓게 퍼져 깊은 맛이 살아난다.

②버건디(부르고뉴) 와인글라스=보르도와 함께 세계 2대 와인 생산지로 꼽히는 부르고뉴의 와인. 향과 맛을 오랫동안 즐기려면 보르도 글라스보다 경사각과 볼이 커야 한다. 리델의 ‘소믈리에 버건디 그랑크뤼’는 1958년 미국 뉴욕 현대예술박물관에 영구 소장된 부르고뉴 와인글라스의 대표작.

③이탈리아 와인글라스=척박한 토양과 일조량이 많은 이탈리아의 와인은 산도와 탄닌의 조화가 특징. ‘소믈리에 키안티 클라시코’는 부드러운 미감을 확보하는 데 적당한 미디엄 글라스. 거의 모든 와인에 무난하게 어울려 ‘시음용 글라스’로도 유명하다.

④화이트 와인글라스=시큼하고 개운한 맛을 느끼는 혀의 앞부분에 와인이 먼저 떨어지도록 입구가 레드 와인글라스에 비해 덜 오목하다. 화이트 와인의 맑은 빛깔을 강조하기 위해 투명하면서도 두께가 얇은 게 좋다.

⑤샴페인 와인글라스=튤립 모양의 긴 볼과 스템(손잡이)이 특징이다. 스탠딩 파티에서 엎지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샴페인의 기포와 향을 간직하는 데도 적절하다.

⑥위스키 글라스=‘온 더 록스’에는 텀블러 글라스가 가장 알맞다. 텀블러 글라스의 대표작인 바카라의 ‘아르쿠루 올드 패션’은 1825년에 만들어진 이래 세계 여러 나라의 정치가나 귀족들이 애용하고 있다.

⑦브랜디 글라스=와인글라스처럼 튤립 모양이면서도 입구가 좁고 몸통 부분이 넓다. 향이 잔 속에서 휘감기는 게 특징. 잔을 양손으로 감싸 온도를 올려 향기가 퍼질 때 천천히 마시는 것이 포인트. 브랜디는 글라스의 크기와 상관없이 1온스(약30mL) 정도 따르는 게 정통.

⑧셰리 글라스=애피타이저용 술인 셰리는 맛이 담백한 스페인의 화이트와인. 와인글라스의 절반 크기다. 여성에게는 크림 셰리가, 남성에겐 드라이 셰리가 어울린다.

⑨칵테일 글라스=진토닉 등 일부 칵테일을 제외하면 손의 체온이 전해지지 않도록 스템이 있는 게 좋다. 술과 어울리는 색상이 있는 글라스가 선호되기도 한다. 바카라의 ‘베가 마티니 글라스’가 대표작.

⑩맥주 글라스=맥주는 적당한 거품에 탄산이 천천히 지속되는 게 관건. 수직 형태를 띠면서도 윗부분은 넓고 아랫부분은 좁은 필스너 글라스가 적당하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글라스 선택과 관리 요령… 와인잔은 매끈한 크리스털이 좋아

글라스는 혀가 닿는 입구 둘레의 테두리가 곱고 깨끗해야 한다. 거칠지 않고 날렵해야 음료의 제 맛을 전달할 수 있다.

와인글라스는 재질에 납 성분이 24% 이상 함유된 크리스털이 가장 좋다. 표면이 매끈하면서 두께가 얇은 크리스털 글라스는 와인이 천천히 흘러내려 색상도 즐길 수 있다.

스템이 있는 글라스의 경우 체온으로 온도를 올리는 브랜디 글라스를 제외하면 대체로 스템이 긴 것이 좋다. 체온이 스템을 타고 술에 전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글라스 관리의 기본은 따뜻한 물에 씻은 뒤 천 위에 엎어서 물기를 말리고 부드러운 천으로 닦는 것이다. 소다석회 유리제품은 오랫동안 물에 담그면 유리가 흐려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스템이 있는 글라스는 둘째 셋째 손가락 사이에 스템을 살짝 끼우고 부드럽게 잡고 씻어 주는 게 요령. 말릴 때는 이중으로 쌓지 않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