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 개기일식 관측을 위해 이집트로 날아간 원정관측팀(왼쪽에서 세 번째가 필자). 사진 제공 한국천문연구원
“오 마이 갓! 언빌리버블!”
달이 태양빛을 가리는 개기일식을 촬영한 외국 TV방송이나 영상을 보면 흔히 들을 수 있는 소리다. 영어가 짧은 나로서도 확실히 알아듣는 아주 경쾌한 탄성이다. 이렇듯 우주에서 이뤄지는 천체의 절묘한 배치는 천문학을 전공하는 사람에게도 경이롭고 희귀한 사건이다.
하물며 일반인에게야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3월 29일 아프리카에서 중앙아시아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서 개기일식이 일어났다. 이 좋은 기회를 놓칠세라 한국천문연구원도 6명으로 원정관측팀을 꾸려 이집트로 향했다.
원정관측을 준비하는 동안 우여곡절을 숱하게 겪었다. 처음 관측 장소를 선정할 때부터 그랬다. 처음에는 개기일식이 가장 오래 지속되는 리비아가 관측지로 고려됐지만 교통과 숙박이 너무 열악해 도저히 들어가기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그 뒤에도 몇 곳이 후보지로 거론됐지만 결국 날씨가 맑을 가능성이 높은 이집트가 최종 후보지로 낙점됐다. 개기일식 관측을 준비한지 꼭 3개월 만의 일이었다. 물론 이집트 역시 사막의 엄청난 모래 폭풍이 염려됐지만 3월 말은 괜찮다는 얘기에 겨우 안심할 수 있었다.
원정팀은 수개월간 현지 적응과 관측 훈련을 반복했다. 순식간에 일어나는 개기일식을 놓치지 않으려면 어두운 상황에서도 실수하지 않도록 모든 과정이 몸에 충분히 익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종종 너무나 아름다운 개기일식 광경에 시선을 빼앗긴 나머지 관측에 실패하는 일이 일어나곤 한다. 그래서인지 원정팀을 이끈 박영득 박사는 “하늘을 올려다보면 관측을 망치니까 절대로 보지 마”라며 팀원들에게 미리 엄포를 놨다. 박 박사는 이미 6차례 원정 경험이 있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다.
드디어 일식이 시작됐다. 태양빛이 점점 줄어들면서 기온이 떨어졌고 긴장감이 더해갔다. 마침내 태양이 완전히 가리면서 관측 활동도 더 분주해졌다. 커피 한잔 마실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새 태양의 다른 쪽이 밝아지며 개기일식도 끝났다.
‘그런데 아뿔싸!’ 결국 하늘을 한번도 보지 못한 채 모든 것이 끝나 버린 것이다.
태양 주위의 코로나는 사진으로 볼 때와 눈으로 직접 볼 때가 다르다. 특히 눈으로 보는 코로나의 모습은 흡사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처럼 이글거린다고 한다.
한데 그런 모습도 보지 못한 채 개기일식이 진행되는 2분 40초 동안 꼬박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던 꼴이었다.
그나마 위안은 그런 사람이 나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러시아 태양코로나 연구의 전문가인 이라이다 김 박사가 연구원에서 개최한 학술행사에 참석했을 때다. “가장 인상 깊은 개기일식이 언제였느냐”는 누군가의 질문에 그는 “눈으로 제대로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답했던 것이다. 언젠가 나와 그가 이글거리는 코로나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관측할 그날을 손꼽아 기대해 본다.
김연한 한국천문연구원 태양우주환경연구그룹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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