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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남한 정부를 ‘노리개’ 취급하는 김정일 정권

입력 | 2006-07-08 03:04:00


대한민국을 갖고 놀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북한이 이렇게 나올 수는 없다. 어떻게 미사일 발사 이틀 전에 남북 장성급회담 개최를 위한 연락장교 접촉을 하자고 제의할 수 있는가. 발사 준비를 모두 끝내 놓고 우리를 이중, 삼중으로 교란하기 위해 위장 평화공세를 벌인 것이다. 어쩌다가 우리 정부가 이토록 얕보이게 됐는가.

그런데도 우리 국방부는 이 제의 사실을 나흘 동안이나 감추고 있다가 북의 미사일이 발사된 뒤인 어제 공개했다. 유감 표시와 함께 북의 제의를 거부했다는 설명이다. 북의 제의를 왜 즉각 공개하지 않았는가. 북이 ‘미사일 위기’ 국면에 돌파구라도 마련해 줄 것으로 믿었다면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북은 우리의 눈을 가리면서 중국에는 미사일 발사를 사전 통보했다.

모든 게 자업자득이다. 대통령부터 “핵이 자위수단이라는 북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한 판에 북이 누구를 무섭게 알고, 우리 국민인들 얼마나 경계심을 갖겠는가.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의 일개 참사관이 “미사일 발사는 같은 민족으로서 자랑할 일”이라면서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한반도가 불바다가 되면 남측에 무엇이 좋겠느냐”고 협박까지 했다.

그래도 정부는 11일 장관급회담을 예정대로 하겠다고 한다. 회담에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북의 사과와 6자회담 복귀 약속을 받아 내기 위해서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없는 기대다. 북한 내각 소속 관리들이, 자신들보다 힘이 센 군부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 입장을 밝힐 수 있다고 보는가. 오히려 선전(宣傳)의 장(場)만 제공하게 될 것이다.

북이 미사일을 쏘아 놓고도 장관급회담을 하려는 이유는 2000년 7월 이래 18차례 열린 역대 장관급회담에서 주로 무엇이 논의됐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북은 이 회담을 통해 쌀과 비료를 비롯한 각종 물자와 인프라 지원을 얻어 냈다. 북이 장관급회담을 ‘남한 젖소’의 젖을 짜는 행사로 여긴다는 풍자가 달리 나온 게 아니다.

미사일 발사에 뒤통수를 맞으면서도, 정권 출범 이래 정치·군사 문제를 논의할 국방장관회담은 한번도 성사시키지 못한 정부다. 그런 정부가 ‘퍼주기의 장’이라 할 장관급회담은 하겠다고 나서니 세금 내면서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이 어떻겠는가. 미국 일본은 또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한미동맹, 한일협력보다 민족에만 매달리는 정부로 볼 테니 미사일 위기에 대응하는 한미일 공조가 쉽겠는가. 노무현 정부는 대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