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로 다가온 한나라당의 대표 경선을 지켜보는 심정이 참담할 지경이다. 명색이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정권을 되찾아오는 주역(主役)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이 색깔론, 유언비어 유포, 지역감정 조장 등 구태(舊態)를 되풀이하고 있다. 야당이 된 지 8년이 넘었지만 어쩌면 이렇게도 안 변했는지 신기할 정도다.
상대를 ‘공안검사 출신’ ‘좌익 전력(前歷) 인사’ 등으로 매도하는 것쯤은 보통이다. 심지어 신뢰도가 떨어지는 여론조사 결과를 언론사가 조사한 것처럼 꾸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무차별 전송하는 일도 벌어졌다. 소장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는 한 대권 예비후보 진영이 특정인을 배제하기 위해 개입했다는 음모설도 나돌았다. ‘수구(守舊) 박람회’를 보는 느낌이다.
이처럼 ‘밥그릇 싸움’에만 골몰하다 보니 국가안위(安危)가 걸린 미사일 위기 속에서 한나라당이 한 일이라곤 ‘외교안보라인 교체와 국정조사 실시’ 주장이 고작이다. ‘보수꼴통’ 소리를 들을까봐 ‘햇볕정책 전면 재검토’나 ‘상호주의 원칙 회복’ 같은 근본적 정책 변화 요구는 할 용기조차 없어 보인다. 한나라당의 ‘안보 기회주의’가 노무현 정권의 ‘안보 무능과 무책임’보다 얼마나 나은지 알 수가 없다.
8명의 당 대표 후보 가운데 대다수는 2002년 대선 때 주요 당직을 맡았으면서도 민심을 얻으러 뛰어다니기보다는 선거 후의 ‘떡’에 ‘김칫국’부터 마시며 이회창 후보에게 ‘눈도장 찍기’에 바빴던 인물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대선 후 “후보를 잘못 골라 대선에서 졌다”고 말했다. 사실일지라도 발언자의 ‘책임회피 체질’이 더 절망적이다.
오죽하면 지난주 중도우파 시민단체인 ‘선진화국민회의’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한나라당이 안 변하면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는 통렬한 비판이 나왔겠는가. 여당의 무능과 실정(失政)에 지친 국민이 야당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없는 데 따른 분노를 대변한 말이다. 5·31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에 표를 던졌다가 실망한 유권자들이 “내 표 돌려 달라”고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