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본협상이 오늘부터 닷새 동안 격렬한 반미(反美)시위와 총파업이 예고된 서울에서 열린다. 이른바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노동자, 농민, 그리고 좌파 시민단체의 ‘반(反)세계화 에너지’를 총결집해 FTA 협상 자체를 좌초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양국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협상을 앞두고 전략적인 대응을 해야 할 시점에 ‘무조건 반대’의 구호만 난무하니 협상의 장래가 불안하다.
이번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면 부문별로 치밀한 점검과 전략 구사가 필요하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적재산권, 제약, 농산물, 의료장비, 제지, 고무 등 자국(自國) 업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서울협상에 대비했다. 한국은 극렬한 반대세력 때문에 두 차례의 공청회마저 열지 못했다.
한미 FTA에 따른 ‘미국 내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미국노총산별회의(AFL-CIO) 대표단도 서울에 왔는데, 이해 관계가 상반되는 이들과 연대투쟁을 벌이려는 우리 노동계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어렵다. 민주노총은 협상 저지를 위한 총파업을 12일 가질 예정이다. 여기엔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시위의 선봉에 섰던 ‘죽봉세력’도 참가할 것이라고 한다. 이 나라의 반미 좌파세력이 FTA 협상을 계기로 총궐기하겠다는 양상이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데는 좌파 폭력시위의 확대재생산을 방조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시장개방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에서 FTA를 통한 미국시장 개척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전략이다. 낡은 이념에 발목 잡혀 주춤거릴 여유가 없다. 이번 협상은 정부가 흔들림 없이 FTA를 추진할 의지를 갖고 있는지를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폭력 시위와 불법 총파업으로 협상이 깨진다면 ‘세계화 반대국가 이미지’만 널리 선전하는 꼴이 된다. 안보상황의 악화로 국가 신인도가 흔들리는 마당에 한미 FTA 협상마저 좌초하면 한국은 세계 각국의 투자·무역파트너로서의 매력을 잃어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