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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안보 無能’ 대통령의 침묵과 비서들의 궤변

입력 | 2006-07-10 03:06:00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이상할 정도의 ‘묵비(默秘)와 무대응(無對應)’으로 일관하고, 대통령의 의중을 대변하는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실은 해괴한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홍보수석실은 “안보독재 시절에 재미를 본 야당과 언론이 위기 부풀리기에 나서고 있다”며 이번 사태는 결코 위기가 아니어서 비상사태를 발령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평소 독특한 화법으로 주제를 가리지 않고 많은 말을 쏟아내 왔다. 그런데도 유독 북 미사일에 대해서는 발사 징후 포착에서 발사 후까지 근 두 달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홍보수석실은 어제 청와대브리핑에 띄운 글을 통해 “(미사일은) 어느 누구를 겨냥한 것도 아니었다. 정치적 사건일지언정 안보 차원의 비상사태일 수는 없다”고 강변하면서, 거꾸로 “언론이 낡은 시대의 망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했다.

안보와 국방은 0.1%의 가능성이나 불안에도 대비하는 것이 그 본질이다. 이상희 합참의장조차 “스커드 미사일은 시험발사가 아니라 무력시위용이며 한반도가 타격권(打擊圈)이므로 직접적 위협”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어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미사일은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 일본 등) 모두를 겨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홍보수석실은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은 좋을 것이 없다”고 남의 말 하듯 하고 있다. 그러면서 난데없이 “(대통령은) 일본의 군비 강화를 우려해 침묵하고 있는 것”이라는 엉뚱한 논리를 곁들였다. 대통령의 침묵이 북을 감싸는 듯이 비쳐 일본에 군비 강화의 구실을 줄 수 있음을 정녕 모르는가.

대통령은 지난주 공공기관 혁신 토론회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의 크기가 아니라 국민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다”면서 ‘큰 정부론’을 거듭 강조했다. 미사일 위기 속에서 국민의 안보 불안 하나 제때 해소해 주지 못하는 대통령이 이 시점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으니 능청스럽다고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