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 모레스모(27·프랑스)는 175cm의 큰 키에 근육질 몸매를 지녀 여전사로 불린다. 1999년에는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기자회견에서 떳떳하게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코트에서는 ‘새 가슴’이라는 오명에 시달렸다. 큰 경기에 나가면 뒷심 부족에 허덕였기 때문. 세계 정상을 달리면서도 지난해까지 메이저대회에 31차례 출전해 1승도 올리지 못했다.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1월 호주오픈에서는 우승했지만 당시 결승 상대였던 쥐스틴 에냉(벨기에)이 경기 중 복통을 호소하며 기권해 빛이 바랬던 게 사실.
그런 모레스모가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윔블던 우승컵을 안으며 진정한 테니스 여왕에 등극했다.
세계 랭킹 1위 모레스모는 9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 3위 에냉과의 여자 단식 결승에서 2시간 2분의 풀세트 접전 끝에 2-1(2-6, 6-3, 6-4)로 역전승했다. 우승 상금 62만5000파운드(약 11억200만 원).
감격의 눈물을 쏟은 모레스모는 “우승이 믿어지지 않는다. 오늘 우승을 꼭 원했고 더는 팬들이 내 소심함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랑스 선수가 윔블던 여자 단식을 제패한 것은 1925년 수잔 렝글렌 이후 81년 만에 처음.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축전을 보냈으며 프랑스 체육계는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결승 진출에 이어 모레스모의 우승을 겹경사로 반겼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