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언론의 자유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까.
한국언론법학회 주최로 6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한-중-싱가포르 국제학술회의. ‘언론매체로서 인터넷의 법적 윤리적 책임’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통제해 온 싱가포르의 언론 정책이 단연 화제였다.
싱가포르는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웃도는 경제강국. 그러나 ‘국경 없는 기자회’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 언론 자유 순위에서는 167개국 중 147위를 기록한 언론 후진국이다.
1965년 독립 이후 싱가포르는 경제 발전에 우선순위를 두고 민주주의적 가치를 희생해 왔으며 그 대표적 사례가 언론 통제 정책. 싱가포르 정부는 언론의 사적 소유를 불허하고, 공공의 이익이나 종교적 인종적 화합을 해칠 우려가 있는 모든 출판물의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 정책은 인터넷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상의 자유는 사회에 유익하기보다 오히려 짐스러운 것이다’라는 당국의 믿음 때문이다.
싱가포르 난양기술대 앨프리드 초이 교수가 이 같은 자국의 언론 정책을 소개하자 “싱가포르 언론정책은 가부장적” “언론 자유 없이도 민주주의가 성숙하고 선진국이 될 수 있는가” 등의 논평과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초이 교수는 “언론의 자유란 (역사가 오래 되지 않은) 근대의 서구적 개념”이라며 “언론의 자유에도 아시아적인 방식이 있다”고 반박했다.
문제는 이렇게 정부가 통제권을 쥐고 있는 ‘아시아적’ 언론관이 위계질서와 중앙의 통제를 거부하는 인터넷 매체의 민주적 속성과 양립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초이 교수도 최근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 정부의 언론 통제에 찬성하는 비율이 10%에 불과할 정도로 싱가포르인들이 언론의 자유를 갈망하고 있으며, 과거에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언론 정책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미디어 재벌인 루퍼트 머독 씨는 “전자 통신기술의 발전은 세계 독재자들에겐 명백한 위협”이라고 했다. 보편적 가치로서 언론의 자유 이념을 배격해 온 아시아의 국가들이 과연 국경 없이 정보가 넘나드는 인터넷 시대에도 이 같은 ‘아시아적 가치’를 고수할 수 있을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상하이에서―
이진영 문화부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