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러시아 이르쿠츠크 공항에서 활주로를 벗어나 콘크리트 이탈 방지벽을 들이받은 러시아 S7항공 소속의 A310 여객기. 불에 탄 잔해 속에서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 국영 RTR TV 촬영. AP 연합뉴스
승객과 승무원 200여 명을 태운 러시아 여객기가 9일 오전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공항에 착륙하던 중 활주로 이탈 방지벽과 충돌해 최소 150여 명이 숨졌다.
러시아 비상대책부는 “모스크바를 출발한 S7(시비르)항공 소속 A310 여객기가 이르쿠츠크 공항에 착륙하다가 활주로를 벗어나며 콘크리트 이탈 방지벽과 건물을 들이받아 기체가 크게 파손되면서 불길에 휩싸였다”고 발표했다.
구조대는 사고 현장에서 122구의 시신을 찾아냈다. 54명은 구조돼 입원 치료 중이나 상당수가 중상이다. 승무원 중 3명은 살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승객과 승무원을 포함해 나머지 탑승자 25명의 행방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현장에서 사고 수습을 지휘하고 있는 이고리 레비틴 교통부 장관은 “비가 온 뒤 미끄러워진 활주로 때문에 여객기가 이탈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비상대책부는 기내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 등 기체 결함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현장에서 찾은 블랙박스를 모스크바로 옮겨 분석이 끝난 뒤에나 밝혀질 전망이다.
사고 여객기에는 휴가철을 맞아 바이칼 호수로 가는 여행객이 많이 타고 있었으며 어린이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 사망자도 상당수 있다고 전해졌으나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관은 한국인 탑승객은 일단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희생자 중에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세르게이 코리아코프 이르쿠츠크 지부장이 포함돼 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