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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4번째 우승…승부차기서 승리

입력 | 2006-07-10 03:28:00



‘아주리군단’ 이탈리아가 2006 독일월드컵 정상에 올랐다.

이탈리아는 10일 오전(한국시간) 베를린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열린 2006 독일월드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프랑스에 승리를 거두고 우승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연장 후반까지 120분을 1-1로 마친 이탈리아는 승부차기에서 5명의 키커가 모두 골을 집어 넣어 다비드 트레제게가 실축한 프랑스를 5-3으로 물리쳤다.

이로써 이탈리아는 통산 4번째 우승(1934, 1938, 1982, 2006)을 차지하게 됐다. 5번 우승트로피를 안은 브라질에 이어 단독 2위.

이탈리아는 파울로 로시를 앞세워 챔피언이 됐던 1982년 이후 24년만에 우승을 이뤄냈으며, 지긋지긋한 ‘승부차기 공포증’에서도 벗어났다. 월드컵 첫 승부차기 승리. 이탈리아는 지난 대회까지 3번의 승부차기에서 모두 패배를 당했다.

1970→ 1982→ 1994→ 2006, 12년마다 결승전에 오르는 새로운 결승전 주기설(?)을 만들어낸 이탈리아는 두번째 해인 24년째에 우승을 한다는 또 다른 징크스를 탄생시켰다.

또한 프랑스와의 월드컵 상대 전적에서도 3승 2무 3패로 동률을 이뤘다. 이탈리아는 1980년 이후 프랑스를 상대로 첫 승리를 거뒀다.

1994년 미국 월드컵 결승에서 승부차기로 눈물을 흘렸던 이탈리아였지만, 이날 승부차기에는 큰 부담없이 임할 수 있었다.

부폰이라는 현역 최고의 골키퍼가 버티고 있었던데다 프랑스의 주전 키커들이 그라운드에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 프랑스는 이번 대회에서 골을 기록한 4명의 선수(티에리 앙리, 지네딘 지단, 프랑크 리베리, 파트리크 비에라)가 부상, 교체, 레드카드로 그라운드를 떠나있었다.

여느 때보다 승부차기 준비를 많이 해온 이탈리아는 4명의 키커 피를로-마테라치-데로시-델피에로가 차례로 골을 기록했다. 반면 프랑스는 연장 교체 투입된 2번키커 트레제게의 슛이 골대를 맞고 튀어 나왔다. 4-3으로 앞선 이탈리아는 5번키커 그로소가 강력한 왼발슛으로 다시 골네트를 갈라 3시간 가까이 펼쳐진 혈투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결승전까지 1골(이탈리아)과 2골(프랑스)밖에 내주지 않았을 정도로 ‘짠물수비’를 자랑한 두 팀이 맞붙은 이날 경기에서 선취골은 프랑스의 몫이었다. 프랑스는 전반 6분 이탈리아 페널티 박스 진영으로 파고든 플로랑 말루다가 파울을 유도해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키커로 나선 지단이 골키퍼 잔루이치 부폰을 속이는 절묘한 킥으로 골을 집어 넣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간단하게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첫 골 허용 후 공격적인 전술로 바꾼 이탈리아는 전반 19분 코너킥 찬스에서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피를로가 올려준 코너킥을 장신 수비수 마테라치가 헤딩골로 연결한 것. 페널티킥을 내준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는 멋진 헤딩슛이었다.

1-1 동점이 된 후 두 팀의 경기는 더욱 뜨거운 공방전이 펼쳐졌다. 전반전은 이탈리아의 흐름. 이탈리아는 전반 32분 날린 루카 토니의 헤딩슛이 골대를 맞고 튀어 나오는 불운을 겪었지만 세트 피스 상황에서 여러 차례 위협적인 득점 찬스를 만들어냈다.

후반전은 프랑스가 경기를 압도했다. 프랑스는 지단-앙리-리베리가 삼각편대를 형성하며 이탈리아의 수비라인을 무너뜨렸고 말루다의 왼쪽 공격까지 살아나는 날카로움을 보였다. 그렇지만 프랑스의 슛은 빗장수비의 중심인 파비오 칸나바로와 골키퍼 부폰을 뚫지 못해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전후반 90분을 1-1로 마친 두 팀은 연장전에 돌입했고 연장전에서도 프랑스의 상승세는 이어졌다. 리베리는 골키퍼와 맞서는 단독찬스를 맞았으며 지단은 멋진 헤딩슛으로 이탈리아의 간담을 서늘케했다.

하지만 프랑스는 연장 후반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지네딘 지단이 머리로 마테라치의 가슴을 가격해 레드 카드를 받은 것.

일방적인 공격을 펼친 프랑스로서는 지단이 퇴장을 당하면서 경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을 뿐만 아니라 승부차기의 핵심 키커를 잃게 됐다.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프랑스는 결국 승부차기에서 이탈리아의 벽을 넘지 못해 이탈리아의 우승파티를 옆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특히 유로 2000에서 연장 골든골을 터뜨려 이탈리아를 침몰시켰던 트레제게는 승부차기 실축으로 6년만에 영웅에서 역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탈리아 철벽 수문장 잔루이치 부폰은 전반 7분 지단에게 골을 허용해 월드컵 최장시간 무실점 기록경신에 실패했다. 조별 예선 미국전 실점 후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았던 부폰은 전반 9분 실점을 기록해 무실점 행진을 444분에서 마감했다. 이 부문 최고 기록은 같은 이탈리아 출신 골키퍼 쳉가가 세운 517분이다.

그렇지만 부폰은 승부차기에서 승리를 이끌어 기록 경신 실패의 아쉬움을 달랬다. 부폰은 이번 대회에서 2골밖에 내주지 않아 현역 최고의 골키퍼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2골도 동료의 자책골과 지단의 페널티킥골이었다.

견고한 수비로 이탈리아 우승의 밑거름이 됐던 주장 칸나바로는 이날 A 매치 100번째 경기에 출전하며 센트리클럽에 가입, 두 배의 기쁨을 누렸다.

또 동점골을 어시스트한 안드레아 피를로는 경기 수훈선수에게 주어지는 ‘맨 오브 더 매치(Man of the Match)’에 선정됐다. 지난 독일과의 준결승에서도 ‘맨 오브 더 매치(Man of the Match)’에 이름을 올린 피를로는 이번 대회에서 3번이나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전성기를 연상케하는 환상적인 플레이로 프랑스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던 지네딘 지단은 결승전에서도 선제골을 터뜨려 고별전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듯했으나 막판 퇴장으로 씁쓸히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다.

하지만 지단은 어깨를 다치는 부상을 입고도 최선을 다하는 등 세계축구의 전설다운 기량을 선보였다. 지단은 이날 결승전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한다.

조별예선을 힘겹게 통과한 프랑스는 스페인, 브라질, 포르투갈을 차례로 격파하고 결승전에 올라 8년만에 정상에 도전했지만, 막판 고비를 넘지 못해 우승의 문턱에서 주저 앉고 말았다.

한편 이번 대회 득점왕에게 주어지는 ‘골든슈’의 영예는 5골을 기록한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에게 돌아갔다. 2회 연속 5골을 터뜨리는 놀라운 득점력을 과시한 클로제는 티에리 앙리, 페르난도 토레스 등 3골을 넣는데 그친 2위 그룹을 여유있게 따돌렸다. 독일선수로는 두번째 득점왕. 신인왕도 독일선수인 루카스 포돌스키가 수상의 기쁨을 맛봤다.

이번 대회에서는 64경기에서 147골이 터져 경기당 2.29골을 기록했다. 이는 2002 한일월드컵 2.52골에 못미치는 수치로 수비축구가 대세였음을 입증한다.

다음 월드컵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된다.

임동훈 스포츠동아 기자 arod7@donga.com

조철영 동아닷컴 기자 ch2y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