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화상(畵商) 알렉산더 레이드 씨는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하면서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2점을 가지고 왔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그림도 아닌 것'을 들고 왔다고 아들을 몹시 꾸짖었다.
혼이 난 레이드는 자신의 초상화와 사과 바구니를 그린 정물화를 각 5파운드(약 8700원)에 프랑스인 화상에게 팔아넘겼다.
이 그림 두 점을 비롯해 고흐가 그린 또 다른 레이드의 초상화 등이 스코틀랜드 내셔널갤러리 분관인 딘 갤러리에서 전시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9일 보도했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큐레이터 프란시스 파울 씨는 이런 일화가 1887년 파리에서 고흐를 만난 스코들랜드 학생 알렉산더 하트릭의 저서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푼돈에 팔린 그림들은 1886~87년 파리 몽마르트르에서 고흐 형제와 몇 달 간 함께 살았던 레이드에게 고흐가 준 선물이었다.
특히 사과 바구니 정물화는 사과를 그리고 싶었지만 수중에 돈이 없는 고흐를 위해 대신 사과를 사준 레이드에게 고흐가 그려준 그림이다.
훗날 레이드는 "고흐가 대가가 될 줄 미처 몰랐다"며 그림을 팔아치운 것을 탄식했다.
하트릭 역시 단돈 2프랑에 고흐의 다른 사과 정물화를 살 수 있었지만 호텔로 가져가기가 귀찮아서 이를 포기했다.
고흐의 정물화 '해바라기'는 1987년 영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일본 손해보험사인 손보재팬(옛 야스다 해상화재보험)에 약 400 억원에 팔렸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