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이젠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힘찬, 박하늘샘(17·경기 안양 부흥고 2년) 두 쌍둥이 형제는 늘 티격태격 다투다 2001년부터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기 시작했다. 지체 장애가 있는 아버지가 네 식구를 먹여 살기 위해 시작한 헌책방이 문을 닫자 장난꾸러기 두 형제는 부쩍 말수가 줄었다.
이듬해 갑작스레 병에 걸린 어머니가 수술을 받자 집안은 더욱 어려워졌다. 어머니는 몸을 추스르자마자 병원 식당에서 주방 일을 하며 월 90만 원을 벌어 살림을 꾸려가야 했다.
이들 형제는 올해 봄 고교 등록금 64만 원을 마련하기 위해 몸이 불편한 아버지가 이리저리 돈을 꾸러 다니는 모습을 보며 부모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었다. 이들은 5월말 '삼성-동아일보 열린 장학금'을 신청했다.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저희 가족의 꺼져가는 등불에 희망의 불꽃을 피워 주십시오. 용기를 주십시오."
이들은 기말고사에 대비해 밤늦게 공부하고 집으로 돌아와 열린 장학금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서로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부산 부경보건고 1학년생 조미영(16·여) 양은 매일 학교 수업을 마치면 집 근처 식당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다. 일용직 노동자로 힘들게 살림을 꾸려가는 아버지를 조금이라도 돕고 싶기 때문이다.
1995년 아버지가 직장을 잃자 화목했던 가족에게 불행이 찾아왔다. 생활고 때문에 부부 싸움이 잦아졌고 어머니는 가족을 떠났다. 술로 시간을 보내던 아버지가 다시 일을 찾기 시작한 것은 고교에 진학해 힘들게 공부하던 미영이의 눈물을 본 뒤. 아버지는 공사장에 나갔고 미영이는 식당 일로 아버지를 돕기로 했다.
담임교사의 추천으로 열린 장학금을 받게 된 미영이는 "내가 번 돈으로 아버지께 따뜻한 밥과 고기 반찬으로 상을 차려드린 일이 가장 행복했다"며 "언젠가 가족이 함께 모여 따뜻한 저녁 식사를 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지체 장애가 있는 할머니와 함께 사는 이병준(16·인천전자공업고 2년) 군도 열린장학금을 받게 된다는 소식을 듣고 "하고 싶던 공부와 음악을 계속 할 수 있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삼성사회봉사단과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청소년진흥센터가 주관하는 '삼성-동아일보 열린 장학금' 제 3기 장학생 2933명의 명단이 10일 이 장학금 홈페이지(www.janghak.org)를 통해 발표했다.
이들은 1년간 4회에 걸쳐 모두 60억 원의 수업료 및 학교운영비를 지원받게 된다. 장학증서는 8월 학교장을 통해 전달될 예정이다.
삼성사회봉사단 황정은 부장은 "학비가 없어 학업을 중단하는 안타까운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이 장학금 사업의 목표"라며 "앞으로 이들을 서로 돕고 베풀 줄 아는 따뜻한 사람으로 길러내겠다"고 밝혔다.
최창봉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