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로 기소된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에 대한 공판에서 현대차그룹 임원들은 정 회장이 구체적인 비자금 조성 과정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동오)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정 회장과 함께 기소된 김동진 현대차그룹 총괄부회장은 "정 회장은 '알아서 하라'고 했을 뿐 구체적인 비자금 조성 과정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검찰 측이 '청산을 앞둔 부실기업인 현대우주항공 유상증자에 그룹 계열사들을 끌어들인 것은 현대우주항공에 거액의 연대 보증을 선 정 회장의 손실을 피하려 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으나 김 부회장은 "지금도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똑같은 경영 판단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 측은 또 김승년 현대차 구매총괄본부장에게 '정 회장으로부터 정 회장 친인척에게 정기적으로 비자금을 지급하라는 지시를 받았느냐'고 물었으나 김 본부장은 "내가 알아서 정 회장 주변 친인척 가운데 어려운 사람을 도와줬고 정 회장은 나를 믿고 세세한 부분은 묻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지난달 28일 보석으로 풀려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중인 정 회장은 이날 환자복 차림으로 휠체어를 타고 링거를 꽂은 채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공판에는 의료진 3명이 방청석에서 대기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7일 오후 2시.
정효진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