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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학, 부활을 꿈꾸다…한국학연구소 실학 재조명 심포지엄

입력 | 2006-07-11 03:00:00


실학은 특수 명사인가, 보통 명사인가. 실학은 조선 성리학의 변주곡이었을까, 아니면 미완성의 근대적 환상곡이었을까.

1930년대 정인보 문일평 안재홍 등 국학 연구자들에 의해 조선 근대 사상의 씨앗으로 등장한 실학은 1950년대를 거치며 조선 후기 300년을 대표하는 사상 경향으로, 1970년대 이후는 실사구시(實事求是) 경세치용(經世致用) 이용후생(利用厚生)을 핵심 개념으로 하는 종합 사상으로 학계의 각광을 받아 왔다.

이런 학계의 움직임은 실학의 대중화로 이어져 다산 정약용과 연암 박지원은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지식인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실학의 개념도 중국과 일본으로 확산돼 현지에서 연구 붐을 낳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내 학계에서 실학 연구는 1990년대 이후 시들해졌다.

한림대 한림과학원 한국학연구소는 대중과 학계, 해외와 국내의 이런 괴리를 넘어서기 위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1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림국제대학원대 1관에서 열리는 한국학연구소 제3회 심포지엄 ‘실학의 재조명’이다.

한영우 한국학연구소 소장은 “실학이 현재성이 반영된 학문 개념인 만큼, 서구화에서 세계화로 문명 가치의 전환이 이뤄지는 21세기의 시대성을 반영해 생명과 평화의 관점을 추가한 신(新)실학을 모색하자”고 말했다.

이 심포지엄에서 발제를 맡은 유봉학(한신대) 김문식(단국대) 교수는 실학을 조선 성리학의 변주곡으로 바라본다. 유 교수는 17세기 후반 이후 서울·경기 일대 유력 가문 출신인 경화세족이 배출한 선비들이 새로운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주자학을 확장시킨 것을 실학으로 규정한다. 김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실학을 주자학 양명학 서학 고증학과 같은 학문 분야가 아니라 일종의 문제 의식과 해결 방안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구만옥(경희대) 고동환(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실학을 근대적 환상곡으로 해석한다. 구 교수는 자연법칙인 물리(物理)와 도덕 규범인 도리(道理)를 통일적으로 이해한 주자학과 달리 홍대용 등 조선 후기 실학자들은 이를 구별해 바라봤다는 점에서 사상적 차이를 드러낸다고 주장한다. 고 교수는 조선 후기 한중일 중개무역의 이윤 집적이 낳은 도시경제의 성장과 출판문화의 성숙이라는 물적 조건의 변화가 새로운 지식체계로서 실학의 출현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성리학과 실학의 차이를 논한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