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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관의 캐넌슛]우물안 축구

입력 | 2006-07-11 03:00:00


붉은 물결이 지나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광장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입니다’라는 옷을 입고 있는 파란색 눈을 가진 외국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는 거리응원과 더불어 한국 응원구호인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를 외국인의 입에서 쉽게 들을 수가 있다. 이것은 축구를 통해서 한국의 이미지와 가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결과일 것이다. 이런 결과물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아마도 엄청날 것이다.

또 다시 4년 후의 흥분을 기대하며 앞으로 한국축구와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생각해보았다. 먼저 한국축구가 어떤 스타일로 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 봤다. 필자는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과 일본경기를 중심으로 관전했다. 두 팀은 아시아 축구를 대표하는 팀이면서도 축구 스타일에서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일본은 대표적으로 미드필드 플레이를 중시하는 기술축구를 한다. 한국은 힘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체력을 많이 요구하는 축구를 이번 월드컵에서도 선보였다.

일본은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세계적인 팀들과 겨루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먼저 득점을 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일본 축구가 성장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호주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것처럼 뒷심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반면 한국은 매 경기 초반 긴장감으로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어둔한 몸놀림을 보이면서 많은 실수를 했다. 하지만 선제실점 후 기민한 몸놀림을 보이면서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 과연 어떤 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진짜 실력인지 분간이 어려웠다. 필자는 경기 운영의 미숙함과 미세한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됐다. 특히 경기 초반 상대의 강한 압박에 약한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면 쉽게 한국축구가 나갈 방향이 명확해졌다. 각기 다른 두 팀의 스타일을 접목시키는 것이 세계축구와의 차이를 좁힐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한국의 가치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가 있었다. 필자가 독일의 시골길에서 차를 세우고 휴식을 취하고 있으면 이전에는 ‘저팬(일본)’ 아니면 ‘차이나(중국)’라고 물어보던 이방인들이 이제는 ‘코리안’이라고 물으며 ‘대한민국’을 외친다. 기분이 좋아진다. 어깨가 으쓱해진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외국의 매스컴에서도 부러워하던 우리의 축구관심을 혹자는 ‘지나친 애국심의 발로’라고 우려했던 것이 생각난다. 한국의 16강 좌절 이후 우리의 월드컵에 대한 관심은 곧바로 식어버렸다. 특히 독일-이탈리아의 4강전의 아시아 배분 좌석을 살펴봤다. 일본에서 온 축구 관계자와 중국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관중석을 두리번거리면서 혹시 아는 얼굴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하지만 필자가 아는 얼굴은 찾을 수 없었다. 한국 축구인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이것이 현실이다.

한국축구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전통을 중시하면서도 세계축구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열정이 필요하다. 유럽의 각국이 자기 나라에 대한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늘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여 그들만의 ‘자부심’을 만들어 가듯 말이다.

우리 사회와 축구도 이제는 세계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설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며 필자도 한국축구의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를 다시 고민해본다.

황보관 오이타 트리니타 선수육성 총괄부장 canonshooter1990@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