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경 쓴 포수라면 필요 없어.”
데이터 야구로 유명한 일본 프로야구 노무라 가쓰야(71) 라쿠텐 감독이 1990년 야쿠르트 감독 시절 했던 말이다.
그런데 바로 그해 신인 지명에서 야쿠르트는 안경 쓴 포수를 뽑았다. 입단 후 그 선수의 진가를 알아본 노무라 감독은 일대일 교육으로 자신의 모든 지식과 기술을 전수했다. 그는 그해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찼고, 이듬해에는 타격 1위를 차지했다. 그는 데뷔 이후 올해까지 17년 연속 팬 선정 올스타에 뽑히는 등 컴퓨터 포수란 애칭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의 이름은 후루타 아쓰야(41) 현 야쿠르트 감독 겸 선수다.
대학 시절 뛰어난 포수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안경을 썼다는 이유 하나로 198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실업팀인 도요타자동차에 입단한 뒤 2년이 지나서야 지명을 받았다.
#2. “키 작은 선수라면 필요 없어.”
한국 프로야구에도 벽이 있었다. 체격 조건이 좋지 않으면 프로 선수가 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바로 그 선입견을 깬 것은 두산의 유격수 손시헌(26)이다.
왜소한 체격(172cm, 73kg)의 손시헌은 신인 지명에서 두 번이나 물먹었다.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하고 난 뒤 처음 지명을 받지 못했고, 동의대를 졸업하고 난 뒤 다시 지명에서 제외됐다. 당시 스카우트들은 “수비만 잘한다. 방망이 솜씨는 형편없고 발도 느리다”고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결국 손시헌은 2003년 계약금 한 푼 못 받고 테스트를 거쳐 가까스로 두산에 입단했다. 일명 ‘연습생’이었다.
그로부터 3년 후. 손시헌은 국내 최고의 유격수 수비에 하위 타선에서 한방을 터뜨려 주는 선수로 대접받고 있다. “10승 투수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도 들린다. 올해도 그는 유격수로 전 경기에 출장하며 타율 0.283에 1홈런, 19타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주 막을 내린 제60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를 찾은 많은 프로 스카우트들은 손시헌을 자신들의 편견을 깨뜨린 선수로 평가했다.
스카우트들은 예전 같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키 작은 선수들도 눈여겨 지켜봤다. 혹시 ‘제2의 손시헌’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만하면 손시헌에게 ‘작은거인’이라는 애칭을 붙여줘도 되지 않을까.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