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제왕’ 로저 페데러(25·스위스)는 말 못할 고민이 있었다.
스페인의 왼손잡이 신예 라파엘 나달(20)에게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인 것. 지난달 프랑스오픈 결승을 포함해 올 시즌 기록한 4패를 모두 나달에게, 그것도 결승에서 당했다. 나달과의 최근 7차례 대결에서 1승 6패.
하지만 페데러는 10일 영국 런던에서 끝난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윔블던에서 ‘나달 징크스’를 끊으며 대회 4년 연속 우승을 이룩했다.
세계 1위 페데러는 남자 단식 결승에서 강력한 서브와 예리한 스트로크를 앞세워 세계 2위 나달을 3-1(6-0, 7-6, 6-7, 6-3)로 눌렀다.
잔디코트에서 48연승을 질주. 1997∼2000년 우승자 피트 샘프러스(미국)에 이어 6년 만에 4연패를 달성한 것이다.
1976년부터 1980년까지 5년 연속 우승한 비에른 보리(스웨덴) 이후 30년 만의 무실 세트 우승을 노렸던 페데러는 나달의 반격에 막혀 7경기 만에 처음으로 한 세트를 내줬다.
우승 상금은 65만5000파운드(약 11억4000만 원). 올해 호주오픈에 이어 시즌 두 번째이자 통산 메이저대회 8승.
나달은 14개 대회 연속 결승전 승리 기록을 마감했지만 앞으로 페데러를 위협할 강력한 라이벌로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