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KBS와 MBC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비판 보도를 편파적이라고 비난한 뒤 KBS가 한미 FTA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낮춘 기획 프로그램을 내보내 정부의 입김 때문에 논조가 바뀐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9일 방송된 ‘KBS 스페셜’의 ‘한미 FTA, 위기인가 기회인가’ 편에서는 한미 FTA가 한국 사회에 미칠 파장에 대해 긍정과 부정의 입장을 나란히 보도했다. 한미 FTA에 대해 정부는 국내 경제 수준을 끌어 올릴 기회가 되고 대기업도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개방에 따른 국내 시장의 잠식과 투기 자본의 위협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한 달 전인 6월 4일 ‘KBS 스페셜’은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에서 멕시코 경제의 붕괴 원인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지적하면서 한미 FTA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켰다. 멕시코가 1994년 NAFTA 체결 이후 양극화가 심화되고 농촌이 무너졌으며, 상당수 중소기업이 문을 닫고 실업률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일부 시청자는 프로그램 게시판에서 9일 방송에 대해 “통계 수치를 제시하면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려 했다”(이주희)고 평했다. 그러나 대다수는 “갑자기 180도 달라진 태도가 정부 대변인 같다”(윤정화) “(이전 프로그램과) 완전히 다른 내용을 말하다니 내분인가”(권주연)라며 논조의 석연치 않은 변화를 지적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