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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영어왕은 ‘말짱’… 이젠 영어 말하기 대회다

입력 | 2006-07-11 03:00:00


연설, 뉴스 앵커대회, 토론 등 다양하게 진행되는 영어말하기대회를 잘 활용하면 초중고교생들이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사진은 뉴스앵커대회에 참가한 한 학생이 영어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일반적인 영어경시대회를 넘어서서 연설, 뉴스앵커대회, 토론 등 영어말하기대회가 전국적으로 활성화되는 추세다. 응시 대상도 대학생 및 성인에서 초중고교생으로 확대됐고, 금연 우유 등 특정 주제에 대한 연설, 자유발표, 뉴스를 보고 즉석에서 원고를 작성해 발표하는 앵커대회 등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영어교육 전문가들은 영어말하기대회를 잘 활용하면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SDA삼육어학원 김시영 원장은 “영어말하기대회에 참가하게 되면 발음 억양 등을 집중 훈련하기 때문에 영어 실력이 늘 수 있다”며 “특히 여러 사람 앞에서 영어로 말하는 경험이 쌓이면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어 학습 동기 부여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참여 자체로도 큰 공부=전국단위 대회 외에 시군구청, 교육청, 일선 학교에서 열리는 대회도 많다. 전국단위 대회는 예선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웬만한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본선 진출 자체가 어렵다.

꼭 상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고 영어 공부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면 큰 대회보다 학교에서 열리는 말하기대회나 연극 발표회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수상 여부를 떠나 대중 앞에서 발표할 원고를 써보면서 영작 공부도 할 수 있고, 본인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다.
원고는 전문가에게 보여줘 틀린 부분을 수정한 뒤 정확한 표준 발음을 구사하는 원어민의 육성을 녹음해 활용하면 좋다. 본인의 발표 역시 테이프에 녹음해 들어보면서 발음, 억양 등 어색한 부분이 어디인지 확인하면서 연습해야 효과가 있다.

▽듣기 공부는 기본=대회에 나가려면 어느 정도의 영어실력은 갖춰야 한다. 아이들은 성인들과 달리 외국어를 분석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귀로 들은 것은 통째로 복사하듯이 받아들이는 특성이 있다. 반복해서 보아도 질리지 않을 만한 만화 영화, 어린이 프로그램 등을 꾸준히 들려주는 식으로 원어민의 영어 발음에 노출되는 시간을 늘려주는 것이 좋다.
테이프 내용을 따라해 보라고 강요하지 말고 자꾸 반복해서 들려주다 보면 어느새 아이의 머릿속에 입력돼 나중엔 저절로 영어를 흥얼거리게 된다.

 ▽ 흥미 붙으면 스토리북 활용=아이가 어느 정도 영어에 대한 흥미를 붙이기 시작하면 오디오 테이프와 함께 들어 있는 영어 스토리북(storybook)을 구해서 들려주자. 스토리북은 영어교육 전문 서점이나 대형 서점의 외국어 서적 코너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아이 수준에 맞는 스토리북을 구해 내용을 익히게 한 뒤 테이프를 들려주면 된다. 이때는 스토리북에서 봤던 단어들이 어떻게 발음되고, 문장 억양은 어떻게 되는지 주의해서 듣게 한다.
YBM ECC 임미리 수석연구원은 “듣기가 어느 정도 되면 스토리북에 나오는 문장을 억양과 발음에 신경을 쓰면서 크게 따라 읽고, 이를 녹음해 듣는 것이 좋다”며 “마지막 단계는 스토리북에 나오는 어휘나 표현을 응용해 내용을 요약한 뒤 말로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어민이 최고? 컴퓨터도 있다=영어는 무조건 원어민에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1주일에 3, 4시간 원어민과 얘기하는 정도로는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영어를 배우는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요즘은 컴퓨터를 활용한 영어 말하기 연습 프로그램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마우스만 누르면 원어민의 정확한 발음을 반복해서 들을 수 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순수 국내파 ‘영어짱’ 천인우 군…듣고 말하기부터 시작 문법은 중학교 때부터

 한국외국어대부속외고(용인외고) 2학년 천인우(17·사진) 군은 ‘국내파 영어짱’으로 통한다.
4월 열린 ‘제1회 YBM 전국 초중고 영어백일장’에서 고등부 장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와 관련해 10여 차례 크고 작은 상을 받았다.

외국에서 산 적이 없는 천 군은 영어를 잘 하게 된 비결로 영어대회 참가를 꼽았다. 국내에선 영어를 쓸 기회가 적어 영어대회를 통해 실력을 점검해보고, 나보다 영어를 잘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는 것.

어머니 이윤경(42) 씨는 “초등 1학년 때 영어웅변대회에 참가해 본선까지 올랐는데 상은 받지 못했지만 동기 부여 효과가 확실히 있었다”며 “목표의식과 성취감이 생겨 더 열심히 영어를 공부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 4학년 때 전국영어스피치경시대회에서 입선하는 등 영어독후감대회, 국제영어논술경시대회, 영어웅변대회에 참가해 여러 번 상을 받았다.
천 군은 7세 때 영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영어 동화 테이프를 매일 3시간 이상 들려줬고, 잠들기 전에도 그날 들려준 영어 동화를 반복해서 틀어줬다. 초등 1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는 영어일기를 꾸준히 썼다. 처음에는 3문장 쓰는 데 2시간 넘게 걸렸지만 학년이 올라가면서 실력이 늘기 시작했다.

천 군은 “학원의 원어민 강사에게 간단한 첨삭 지도를 부탁한 뒤 강사가 고쳐준 부분을 다시 써보면서 자연스럽게 영어 문장에 대한 감을 익혔다”고 말했다.
테이프와 비디오를 통해 듣기와 말하기 공부를 먼저 시작한 천 군이 문법책을 보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에 입학한 뒤 토플 준비를 하면서부터다. 천 군은 중3 때 CBT 300점 만점에 290점을 받았다.

그는 영어를 잘 하려면 성격부터 외향적으로 바꾸라고 조언했다.
“학원에서도 일부러 원어민 강사를 찾아가 질문을 했어요. 지금은 친구들끼리 틈틈이 영어로 대화합니다. 어색해도 영어로 자꾸 말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