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북한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 것은 북한에 대한 외교적 압력도, 군사적 위협도 아니고 ‘소리 없는 압박’이라고 영국 선데이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신문은 “북한과 이란에 대해 적어도 13개국의 서방 정보기관, 해군, 공군이 소리 나지 않는 비밀전쟁을 벌여왔다”고 전했다.
2003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의 상세한 내용은 별로 알려진 게 없지만 북한 선박의 해상 나포, 마카오의 비밀계좌 조사 등이 모두 이 비밀전쟁의 일환이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서방의 한 고위관리는 “북한이 무더기로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외교도 해법이 안 되고, 군사조치도 적절하지 못한 상황인 만큼 이 같은 압박의 강도를 계속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관리 2명은 “북한이 미사일 추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구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도 이 프로그램이었고, 화학무기 원료가 북한 항구에 도달하기 전에 대만 인근 해상에서 가로챌 수 있었던 것도 이 프로그램 때문이었다”고 털어놨다. 비밀계좌 동결을 통해 매년 5억 달러 정도로 추정되는 김정일 정권의 ‘돈줄’을 묶어버리는 데도 성공했다.
비밀전쟁 프로그램의 고안자는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을 지낸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 대사. 그는 군축담당 차관으로 있는 동안 이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이 탄도미사일 판매에서 얻는 수익구조에 결정적인 구멍을 냈다.
2003년 5월 부시 대통령이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발표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도 볼턴 대사가 차관 시절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대량살상무기 부품이나 물질을 실은 선박이나 항공기를 육해공에서 나포 또는 제지한다는 구상이지만, PSI에는 국가 간 업무조율을 담당하는 사무총장도 없고, 이를 지원하는 미 연방기구도 없다. 구상의 성패를 분석하는 보고서도 나오지 않고 데이터도 남아있지 않다. 이런 애매모호한 성격 때문에 볼턴 대사는 오히려 이 구상을 더욱 매력적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해피엔딩은 없다”…NYT, 국제 정세 4가지 시나리오▼
“북한 미사일 발사 사태 이후 국제 정세는 어떻게 바뀔까.”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내용이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9일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의 시나리오 4가지를 소개하면서 “어디에도 해피엔딩은 없다”고 전망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을 예로 들며 ‘북-미 간 일대일 대화’ 시나리오를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북한과의 일대일 대화는 미국에 지나친 부담이 된다며 반대한다. 여기에는 북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도 작용하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작된 6자회담도 3년 만에 합의문을 이끌어냈지만 바로 다음 날 합의문 해석을 놓고 진통을 겪었다.
‘영변 핵시설 제거’ 시나리오는 1994년 북한 핵 위기가 고조됐을 때 미국에서 실제로 구체적인 검토까지 했던 내용. 그러나 지금은 ‘너무 늦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 현재 북한에서 핵연료는 영변에만 있는 게 아니라 동굴, 터널 등 어디든지 저장될 수 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영변 폭격은 의미가 없다.
‘북한의 핵물질 판매’는 부시 행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거액을 벌 수 있는 ‘암시장 유혹’은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북한이 핵물질을 파는 순간 미국의 전면적인 무력 대응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핵물질 판매를 강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북한과의 공존’은 북한 정권이 붕괴되기까지 기다리자는 것. 그러나 다른 의견도 많다.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북한이 미사일이라는 발사 수단까지 가질 경우 메가톤급 위협 요소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붕괴까지 기다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