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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간 389mm 폭우…“모든게 떠내려가”

입력 | 2006-07-11 03:00:00

도로 막은 ‘에위니아’내륙으로 북상한 에위니아가 전국에 강풍과 폭우를 몰고 왔다. 10일 오전 경남 진해시 해안도로변의 가로수가 강한 비바람에 쓰러지며 자동차를 덮치고 있다. 진해=연합뉴스


“이런 물난리가 또 어디 있습니까. 2003년 태풍 ‘매미’ 때보다 비가 훨씬 많이 내린 것 같습니다.”

10일 오후 4시경. 경남 진주시 대곡면 중촌리. 남강과 합류되는 대곡천이 터지면서 황톳물이 농경지 쪽으로 밀려들자 멀리서 지켜보던 주민들이 한숨을 쉬었다.

남강댐이 수위 조절을 위해 방류량을 늘리면서 수위가 올라갔고 물 빠짐이 더뎌 아슬아슬하던 둑이 결국 무너진 것. 금세 주변 농경지 150여 ha와 비닐하우스 수백 동이 물에 잠겼다. 대곡면에서 진성면으로 넘어가는 지방도도 순식간에 침수됐다.

현장 지휘를 위해 부랴부랴 도착한 강성준 진주시 부시장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호박 오이 고추 등이 심겨진 진주지역 비닐하우스 수천 동이 물에 잠기고 벼논도 1000ha 이상이 침수됐으며 과수 피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말했다.

제3호 태풍 에위니아가 진주시를 초토화했다.

이날 하루 진주에는 233mm의 비가 내렸다. 8일까지 합치면 3일간 389mm의 폭우가 쏟아진 것. 신안동 신현배(48) 씨는 “하늘에 구멍이 난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다 떠내려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지대가 낮은 문산읍과 금곡면 금산면 대곡면 미천면 등의 피해가 특히 컸다.

남강을 끼고 있는 데다 지류가 범람하거나 둑이 터진 때문. 오전에는 남강에 시내버스가 추락하면서 등교하던 고교생 1명이 실종됐다.

금곡면 정자리에서 기업체를 운영하는 이영춘(49) 씨는 “마을 뒤 저수지가 넘칠까봐 주민과 면사무소 직원들이 긴장 속에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남해고속도로와 경전선이 지나는 인구 9000여 명의 문산읍은 거대한 저수지를 연상케 했다. 고성군 영오면에서 문산읍을 지나 남강으로 흘러드는 영천강이 범람한 탓이다. 문산읍 사무소 직원 등이 양수기로 물을 퍼냈지만 역부족이었다.

비닐하우스는 윗부분만 드러낸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고 마을 안길은 수로로 변했다.

400여 가구가 물에 잠겨 주민 1300여 명이 인근 학교나 친척집으로 긴급 대피했다. 아파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낮은 층은 대부분 물에 잠겼다.

▼철길 곳곳 유실-열차운행 올스톱▼

문산읍 전역이 침수되면서 하루 처리용량 3200t인 문산하수종말처리장의 가동이 이날 오후 2시 반부터 중단됐다. 진주시 관계자는 “물이 빠지더라도 1층 기계전기실의 설비가 정상 가동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오수가 남강으로 흘러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열차도 섰다. 이날 오전 11시 반경 경전선 문산역과 반성역 주변이 침수됐고 문산읍과 일반성면의 철길 곳곳이 유실됐다. 이에 따라 경전선 마산∼전남 순천 구간의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이날 오후 3시경에는 문산읍 하천에서 김모(42) 씨가 물에 빠져 있는 것을 진주소방서 소방대원들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중태다.

김용기(48) 문산읍장은 “농경지와 강바닥의 높이가 비슷해 이 지역의 침수 피해가 잦다”며 “물이 빠져야 정확한 피해가 집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7시경 비가 그치고 문산읍 일대의 물이 서서히 빠지면서 공무원과 일부 주민은 청소를 시작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언제 침수의 상처를 모두 씻어낼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진주=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