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특A급 상권(商圈)’으로 불리는 서울 중구 명동.
대로변은 밀려드는 10, 20대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칼국숫집 ‘명동교자’ 뒷길 상가 지역은 한산하기만 했다. 비어 있는 점포와 ‘점포정리 세일’을 하는 상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22년째 이곳에서 구두를 팔아 왔다는 문재선(51) 씨는 “요즘 명동에서 이익 내는 장사는 없다”고 푸념했다. 그는 “경기가 나빠져 권리금은 고사하고 보증금마저 까먹을 판”이라며 “유명한 음식점 몇 곳만 빼곤 모두 불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에 다니다 2004년 중소 제조업체 유통 대행사를 차린 이중근(가명·41) 씨는 지금까지 명함을 6차례 바꿨다.
올해 들어서만도 3번이나 명함을 갈아야 했다. 거래했던 회사 부도 여파로 불똥이 바로 튀어 업종을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더 버틸 힘도 없다”며 “사업 꿈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가 제과점이나 차려 볼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해 하반기 반짝 회복세를 보였던 내수시장이 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져 들고 있다. 음식점이나 소형 오피스텔을 이용한 자영업자의 휴폐업이 늘어나고 법원경매 물건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자영업 불황은 상가 권리금 폭락으로 바로 이어지고 있다.
10일 한국음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작년 말 44만여 곳이던 회원 업소가 올해 6월 말 현재 43만여 곳으로 줄었다. 반년 새 1만 곳 정도가 없어진 것이다.
음식업중앙회 허홍구 홍보국장은 “식당 창업 준비과정 수강생이 1주일에 1000명 정도”라면서 “이들이 창업에 나선다면 1년에 4만 명 정도 회원이 늘어야 하지만 폐업자 수가 창업자 수를 압도해 회원이 오히려 줄고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오피스텔 업무 시설의 법원경매 물건도 큰 폭으로 늘었다.
법원경매정보업체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올 상반기 경매 물건은 총 7117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3459건)의 2배를 넘었다.
상가 권리금도 뚝 떨어졌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2분기(4∼6월) 수도권 상가 권리금은 1분기(1∼3월)보다 1.72% 하락했다. 지난해 내내 하향곡선을 그리다가 올해 1분기에 0.6% 오르면서 반전하는 듯했지만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상가 임대료도 6개월 만에 다시 떨어졌다.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김종년 수석연구원은 “좀처럼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으면서 특히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크다”며 “기업들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자영업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