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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기도 벅찬데…北 발사비용 600억 어디서?

입력 | 2006-07-11 03:00:00


5일 북한이 쏜 미사일 7발의 제작과 발사 비용은 약 600억 원에 이른다고 군 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외부 세계의 지원 없이는 독자 생존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 북한이 이 같은 거액을 공중에 쏘아 버린 것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6년간 남측의 대북(對北)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5년 4월 북한 최고인민회의 11기 3차 회의에서 공개된 북한의 지난해 예산은 북한 돈으로 3885억 원. 이를 북한의 공식 환율(1달러=150원)로 계산하면 25억9000만 달러. 따라서 미사일 발사에 사용한 600억 원(약 6369만 달러)은 1년 예산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북한의 1년 예산을 북한의 시장에서 통용되는 실제 환율(1달러=3000원)로 계산하면 1억2950만 달러밖에 안 된다. 따라서 미사일 발사에 사용한 금액이 1년 예산의 절반에 이른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물론 북한 예산의 불투명성과 미사일 가격 산정 방법의 다양성 등을 감안할 때 이 같은 비교는 단순히 산술적인 수준일 수도 있다. 한국국방연구원 성채기 국방경제연구실장은 “북한이 내놓는 군사비는 경상비이며 무기 획득이나 연구개발비 등이 빠져 있는 상태”라며 “숨어있는 실제 예산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적게는 한 해 예산의 2.5%, 많게는 절반을 하루에 공중으로 날린 데는 의구심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6년간 남북협력기금에서 북한을 지원한 총액은 3조2333억7900만 원. 이를 북한 돈으로 환산하면 공식 환율 적용 시 5148억6926만여 원으로 지난해 예산의 1.3배다.

물론 6년간 남북협력기금을 사용한 정부 차원의 대북 지원이 인도적 지원 물자 또는 개성공단 건설이나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도로 건설 등 인프라 확충 등에 사용됐기 때문에 북한 군비와 직접 연결시키기는 어렵다. 그러나 북한이 이처럼 거액을 지원받은 데서 생긴 여력을 미사일과 핵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9년 1월 “나는 우리 인민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남들처럼 잘 살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2억∼3억 달러가 들어가는 자금을 인공지구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로 돌리는 것을 허락했다”고 말한 바 있다.

남한 정부의 직접 지원은 아니지만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을 통해 북한이 벌어들이는 외화가 군비로 전용되고 있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는다.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남측 수석대표인 박병원 재경부 차관은 지난달 28일 “북한이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을 통해 얻는 경화 수입은 연간 2000만 달러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더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준 5억 달러의 현금까지 합산하면 남측의 지원이 북한의 미사일과 핵 개발의 토대를 제공했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