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5명 퇴임식6년 임기를 마치고 법복을 벗게 된 강신욱 이규홍 이강국 손지열 박재윤 대법관(왼쪽부터)의 퇴임식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대강당에서 열렸다. 퇴임식 도중 강 대법관이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안철민 기자
“민주사회에서는 소수의 의견도 끝까지 존중해야지만 그렇다고 침묵하고 있는 다수의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생각이 시끄러운 소수의 강경한 목소리에 묻혀서는 진정한 민주사회라고 할 수 없습니다.”
선임 대법관인 강신욱 대법관은 10일 이규홍 이강국 손지열 박재윤 대법관과 함께 6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퇴임식에서 이같이 밝혔다.
강 대법관은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전관예우 등의 말로 상징되는 국민의 사법질서에 대한 불신”이라며 “대부분의 사법부 구성원은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하지만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국민이 아직도 이런 말들을 믿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 대법관은 법원의 재판과 판결에 대한 법원 바깥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경향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서 심화되고 있는 분열과 대립 양상이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또 있어야 마땅한 다양한 의견의 표출을 넘어 자기의 의견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적대시하고 증오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이해관계를 가진 일부 집단이나 개인이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온당치 못한 방법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다”며 “나아가 선고된 판결에 대해 보수니 진보니, 걸림돌이니 디딤돌이니 하면서 승복하지 않으려 하고 건전한 비판의 정도를 넘는 원색적이고 과격한 언동으로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법관은 “사법부 구성원들은 보수의 편도 아니고 진보의 편도 아니며 오로지 법과 정의와 양심의 편일뿐”이라고 강조했다.
▼안대희 고검장도 퇴임식서 “지연 학연 혈연 인사 막아야”▼
새 대법관에 임명된 안대희(사진) 서울고검장은 10일 25년 9개월 동안의 검사생활을 마무리한 자신의 퇴임식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을 지켜낼 수 있는 공정하고 일관된 인사제도의 확립을 제안했다.
안 고검장은 “검사든 직원이든 임관 순간부터 퇴직하는 날까지 승진과 보직 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수를 제외한 구성원 대다수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인사구조 하에서는 조직의 일체감과 안정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불안정한 인사시스템은 전근대적 지연 학연 혈연 등에 의한 연고주의를 침투하게 만들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을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며 “검찰 구성원 대부분이 평생 검사, 평생직장이 될 수 있도록 제도 개혁과 의식의 전환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후임 대법관인 이홍훈 박일환 김능환 전수안 대법관과 안 고검장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대법관 임명장을 받았으며 11일 오전 10시 취임식을 하고 6년 임기를 시작한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