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갑 재보선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한 맹형규 전 의원은 11일 “마음이 편치 않다. 이번 출마 결심에 의원 배지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었다”고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맹 전 의원은 전날 선거법 위반 논란이 있는 정인봉 전 의원 대신 서울 송파갑 재보선 후보로 공천됐다. 문제는 이 지역구 의원이었던 맹 전 의원이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뛰어들면서 의원직을 사퇴해 이번 선거가 치러지게 됐다는 것. 이 때문에 ‘보궐 선거 원인제공자’ 책임론이 일고 있다.
맹 전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라디오에 출연해 “어제 오후 3시에 정인봉 후보의 사무실 개소식 준비가 돼 있었는데, 갑자기 당에서 ‘후보를 교체할 수 밖에 없는데 대안이 없다, 당신이 좀 나가달라’고 연락이 왔다”며 “하루 종일 고민하다가 외면하는 것도 당원의 도리가 아닌 것 같아 수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3선 국회의원인데 배지에 연연하고, 한두 번 더 하는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겠냐”며 “새로운 사람을 데려다 검증할 시간도 없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변명처럼 들릴 것 같아 방송 출연도 별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며 “아내는 썩 흔쾌해 하지 않는다. 다만 저와 오랫동안 함께 했던 지역주민들은 굉장히 좋아한다”고 전했다.
그는 “송파갑 보궐선거는 나로 인해 세금이 낭비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며 “이 때문에 후보자들이 15% 가량 득표하면 선거비의 80% 이상을 보전해 주는 제도가 있는데 이번에는 보전 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맹 전 의원은 끝으로 “한나라당의 정권교체라기보다는 나라를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해 출마했다”며 “이미 결정을 한 것으로 주민들의 심판을 받겠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송파 구민들에 대한 빚을 보람으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맹형규 전 의원은 지난달 18일 당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와 7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모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