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에 웬 특허?’
반도체와 휴대전화 같은 전자제품에나 있을 법한 특허가 먹을거리에도 등장하고 있다.
복제 상품을 방지하고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이미지를 심어 주기 위한 업체들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다.
○ 제품 공정부터 모양까지 특허 따내
지난달 신제품 ‘이구동성’을 선보인 오리온은 과자 모양의 디자인을 특허 출원했다. 이 제품은 피자 모양을 4cm 과자 안에 그대로 옮겨 놓은 미니어처 과자.
동원F&B도 3월 내놓은 ‘양반청국김치’를 특허 출원 중이다. 청국장의 균주를 이용해 김치를 만드는 공법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에 앞서 2월에는 한성식품의 ‘브로콜리 김치’가 특허를 따냈다.
특히 주류업계에서 특허 경쟁이 치열하다.
국순당은 신제품 ‘별’을 내놓으며 발효 과정에서 산소를 넣어 효모를 튼튼하게 해 주는 ‘산소 발효 공법’을 특허 출원했다.
알코올도수를 20.1도로 낮춘 진로의 소주 ‘참이슬’ 리뉴얼 제품은 은을 함유한 숯으로 알코올을 여과하는 기술(은 함유 죽탄 여과 공법)을, 20도 소주인 두산의 ‘처음처럼’은 알칼리수 환원 공법을 각각 특허 출원 중이다.
○ 특허 받으면 기술력 인정
12일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식음료 및 주류 부문에서 총 1356건의 특허가 등록됐다. 2000년 245건이 등록된 데 비해 5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음료 부문이 2000년 149건에서 지난해 919건으로 크게 늘었고, 커피·차류의 특허 등록 건수도 7건에서 44건으로 6배 이상 늘었다.
국순당 한사홍 이사는 “식음료는 비슷한 원료나 공법을 이용해 ‘미투(me too)’ 제품을 만들기가 쉽다”며 “신제품을 베낀 복제 상품을 막고 자사의 독특한 기법을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2005년 말부터 식음료업계에 특허 열풍이 불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