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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육정수]글로벌호크

입력 | 2006-07-13 03:00:00


글로벌 호크(Global Hawk). 이름 그대로 매처럼 높이 날아 지상과 상공의 모든 군사정보를 낚아챌 수 있는 고고도(高高度) 무인(無人)정찰기로, 1998년 미국 공군에 처음 배치됐다. 최대 5500km 떨어진 곳까지 날아가 20km 상공에서 북한 면적(12만 km2)보다 넓은 14만 평방km2를 36시간 동안 정찰하고 돌아올 수 있는 성능을 갖고 있다. 30cm 길이의 물체까지 식별한다. 수집된 정보는 인공위성을 통해 실시간 화상 형태로 지상 기지에 전송된다.

▷글로벌호크는 병력이나 무기의 움직임 같은 군사정보뿐 아니라 테러리스트 단체의 동향, 마약밀수 인신매매 해적선박 등도 감시한다. 한국이 글로벌호크를 갖고 있었다면 북한의 미사일에 대해서도 “인공위성인지 미사일인지 알 수가 없다” “아직 쏠지 안 쏠지 모른다”는 식의 헛다리짚기 창피는 면했을지 모른다.

▷1대 가격이 약 500억 원. 그런데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다. 한국은 지난해 6월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안보협력위원회(SCC)에서 4대를 팔라고 미국 측에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그 후에도 거듭 매달렸지만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수집된 정보를 공동관리하자는 미국과 독자(獨自)관리를 원하는 한국의 입장 차이 때문이라지만, 미 측은 정보가 북한으로 넘어갈 것을 우려해 글로벌호크를 한국에 팔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다. 일본, 호주, 싱가포르에는 팔기로 한 미국이다. 글로벌호크가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말해 주는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국군의 날 치사에서 “5년 뒤 전시(戰時) 작전통제권 환수와 자주국방을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그제 2007∼2011년 5년간 151조 원을 들여 자주국방 태세를 갖추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그렇게 자주국방이 된다면 오죽 좋을까. 그러나 한미동맹이 무너진 뒤 ‘말만의 자주’에 그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부와 사회 일각의 친북반미(親北反美)가 국민의 허리만 휘게 할 뿐이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