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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권력 의지 ‘심리적 고아’서 비롯

입력 | 2006-07-13 03:00:00


‘심각한 유기(遺棄) 불안, 강력한 나르시시즘, 가난의 체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내면을 이같이 분석한 책이 나왔다. 12일 출간된 정치학자이자 미술평론가인 전인권 씨의 유고집 ‘박정희 평전’(이학사)이다.

전 씨는 심리인류학적 관점을 토대로 “(박 전 대통령의)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골수에 사무쳤던 세 가지 심리적 태도”를 이렇게 정리했다. 박 전 대통령에겐 어릴 때부터 자신이 폐기될 수 있는 존재라는 의식이 있었으며, 그 같은 심리적 불안이 나르시시즘과 결합해 강력한 권력 의지로 변모하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전 씨는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에 당선됐고 2003년 출간한 자전적 사회비평 에세이 ‘남자의 탄생’으로 주목받던 저자였으나 지난해 암으로 타계했다.

그는 이 책에서 ‘심리적 고아’의 개념을 바탕으로 박 전 대통령의 내면을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심리적 고아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파괴된 개인이 동일시의 대상으로 더 이상화된 아버지, 혹은 다른 위대한 존재를 추구하는 마음의 현상을 말한다. 정치적으로는 자신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권위체로의 투신을 통해 정신적 고아 상태를 벗어나려고 함으로써 권위주의적 정치 문화를 형성하는 심리적 기제가 됐다는 것이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