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왕건의 무릎에 왜 천이 놓여 있지?”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북녘의 문화유산전’. 북한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급 유물 90점을 선보이는 이 전시회에서 유독 한 유물 앞에만 관람객들이 북적거린다. ‘고려 태조상(高麗 太祖像·사진)’이 그 주인공. 11세기 초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유물은 태조 왕건의 나체를 다룬 보기 드문 동상이란 점에서 전시 이전부터 화제가 됐다.
막상 전시장에 선보인 왕건좌상의 하반신은 천으로 덮여 있다. 그래서 더욱 보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일부 관람객은 특히 제왕의 벗은 몸에 대해 노골적으로 궁금증을 드러낸다.
도록을 보면 왕건좌상의 ‘주요 부위’인 ‘옥경(玉莖)’은 매우 작게 표현돼 있다. 왕건상의 앉은키는 84.7cm로 성인 남자의 앉은키와 비슷하지만 옥경은 불과 2cm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대 노명호(국사학) 교수는 “남근의 불교적 표현으로 색욕을 멀리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몸이 적나라하게 노출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은 어떨까? 동국대 오병욱(미술학) 교수는 “다비드의 남근은 실제 크기보다 크게 했다거나 줄였을 가능성이 적다”며 “서양 미술은 미학을 완벽한 몸의 비례, 균형에서 찾았기 때문에 몸 크기에 적절하고 아름다운 비율로 성기를 표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조현종 고고부장은 “한국인에게 상(像)은 종교적으로 신성시되거나 왕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경건하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서양의 나체 조각상과 다르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고려 태조상을 대여해 준 북한 조선중앙역사박물관도 “왕건 전라상을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1992년 개성에서 출토된 태조상은 발굴 당시 옷이 입혀졌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올해 초 한국 전시가 결정되자 국립중앙박물관도 의복을 제작해 입힐 계획이었으나 북측과 합의를 이루지 못해 비취색 비단으로 가려놓기로 결정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